의심증세 뒤 엿새 일상생활하다 확진
현재 유행하는 메르스는 평택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에만 집중된 1·2차 유행과는 달리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매일 발생하는 확진자 수는 줄었지만 각 병원들로 환자가 흩어지면서 통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확산세로 돌아선다면 이전보다 대응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기 대응을 잘못한 탓에 일상생활을 하다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가 늘면서 지역사회 전파 위험도 커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24일 다시 ‘고비’라는 말을 꺼냈다.새로 확진된 178번째 환자(29)는 지난 16일부터 발열 등 의심 증세가 나타났지만 엿새간 일상생활을 했다. 격리 해제 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도 생겨났다. 대전 대청병원 간병인인 172번째 환자(61·여)는 잠복기가 지나 격리 해제된 상태에서 15일 인근 주민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현재 격리 해제자는 1만 1210명. 이 가운데 172번째 환자처럼 일상생활을 하다 뒤늦게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비격리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173번째 환자(70·여)는 동선이 복잡하다. 보건 당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9일간 강동성심병원 등 병원 4곳과 한의원 1곳, 약국 4곳 등 강동구 일대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서울시는 이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최대 8000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역사회 전파를 막고자 호흡기 질환자를 선별 진료하는 국민안심병원을 후방 방역망으로 활용 중이다. 아직까지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견된 사례는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계상으로는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어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원이 불확실한 한두 명의 지역 감염자가 생길 수는 있지만, 비말로 전파되는 메르스 바이러스의 특성상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건 당국은 보고 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5-06-25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