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赤與靑野’ 격세지감…색깔의 정치학

‘赤與靑野’ 격세지감…색깔의 정치학

입력 2013-09-01 00:00
업데이트 2013-09-0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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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세월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민주당이 창당 후 처음 상징색을 파란색으로 바꾼 1일 20년 넘게 정치권에 몸담은 한 인사가 전한 소감이다.

파랑은 새누리당이 1980년대 말 옛 민주정의당 시절부터 지난해 초까지 당의 색깔로 고수하면서 ‘보수정당’의 상징처럼 인식됐다는 점에서 이번 민주당의 선택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지난해 2월 새누리당도 빨강을 당의 상징색으로 바꾸고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의 선택은 분단 상황이라는 지정학적 특수성과 공산주의자를 ‘빨갱이’로 부르는 고정관념 속에서 상당한 모험으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애초부터 양측 모두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일반인의 고정관념에 비춰본다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겉옷을 서로 바꿔입은 듯한 시각적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민주당은 빨강을 상징색으로 쓴 적이 없다. 줄곧 노랑과 녹색을 바꿔가며 사용해왔다. 하지만 보수 유권자층 사이에서는 ‘진보=빨강’이라는 근거 없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에 “여야가 뒤바뀐 게 아니냐”는 착각이 생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고정관념 때문에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들은 좀처럼 빨간색을 사용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오히려 색깔론에서 자유로운 새누리당이었기에 과감히 빨강을 선택할 수 있었고, 이는 고루한 보수정당의 이미지를 탈색하면서 지지층을 확산하는 원동력 중 하나로 작용했다.

민주당이 과거 보수정당의 상징이었던 파란색의 새 주인이 된 것도 이 같은 새누리당의 사례를 참고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당의 상징색과 이념적 지향을 놓고 봤을 때 미국의 공화·민주당 구도와 닮은꼴이 됐다. 보수 공화당은 빨간색, 진보 민주당은 파란색으로 채택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전통의 색을 버리고 오랫동안 ‘금기’로 여긴 색상을 나란히 수용한 점은 ‘유연함’을 의미한다. 여야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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