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품새대회 참가한 ‘우크라이나 남매’

태권도품새대회 참가한 ‘우크라이나 남매’

김태이 기자
입력 2022-04-21 16:25
업데이트 2022-04-21 16:2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2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2022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 우크라이나는 선수 2명과 감독 겸 단장인 매니저를 포함해 총 3명으로 꾸려진 선수단을 파견했다.

이들은 한 가족이다. 남녀 선수인 다비드 하브릴로프(14)와 예바 하브릴로바(12)는 남매이며 매니저 루슬란 하브릴로프(43)씨가 둘의 아버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뻔했던 이들은 폴란드를 거쳐 힘들게 지난 18일 방한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폴타바에서 태권도장을 운영 중인 루슬란씨는 현재 아내와 셋째 아이는 집에 남아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애초 6명의 선수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이들만 한국 땅을 밟게 됐다. 코치도 징집대상자여서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못했다.

루슬란씨는 자신은 세 자녀 이상 다자녀가구라 징집령을 피해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애초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지난 2월 말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회 이틀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고, ‘포탄이 떨어지고 있으니 돌아오라’는 전화를 받고 고국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우리가 사는 지역은 러시아 포격으로 완전히 폐허가 됐다”면서 “우리 가족은 집에 남기로 했다. 전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우리가 운영 중인 태권도장을 내주고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국가대표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 출전하고 싶은 소망이 간절하다”면서 “공항이 폐쇄돼 자동차로 30시간이 걸려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간 뒤 한국에 올 수 있었다”며 세계태권도연맹(WT) 등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에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했다.

어린 남매들도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도장에서 청소 등을 하며 피난민들이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왔다”는 다비드는 “전쟁으로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잃은 분들이라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피난민들이 도장에서 지냈지만, 우리 도장에는 특별한 방이 하나 더 있었고 거기서 원격으로 훈련했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서 ‘태권도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노력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남매는 7년 정도 태권도를 수련했다고 한다. 품새 선수가 되기로 한 것은 2년 전쯤이다.

남매는 대회 첫날인 21일 유소년부(만 12∼14세)의 페어(2인조) 경기에 함께 출전해 13개 팀 중 7위를 차지하고 8명에 겨루는 결승에 올랐다. 결승은 22일 열린다. 에바는 22일 유소년부 여자 개인전도 뛴다. 23일에는 다비드가 유소년부 남자 개인전에 나선다.

다비드는 “내일 결승 경기에서는 우리가 가진 것을 최대한 보여주고 1위라는 성적을 내고 싶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이들은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를 마치면 세계태권도본부인 국기원 등을 방문하고 26일 출국할 예정이다. 일단 폴란드로 가서 다시 차량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집으로 돌아간다.
온라인뉴스부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