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평화주의자” ‘개인 신념’ 병역거부자 2심도 무죄… “정당한 사유”

“난 평화주의자” ‘개인 신념’ 병역거부자 2심도 무죄… “정당한 사유”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2-02-16 15:20
업데이트 2022-02-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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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환씨, 병역법 위반 혐의 2심 무죄

법원 “생명에 대한 절대적 존중 신념”
“입영 거부는 정당한 사유…병역기피 아냐” 
오씨, 2018년 현역통지서 받고도 입영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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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평화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행위를 무죄로 판결한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병역거부자 오경택(왼쪽 두 번째)씨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평화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행위를 무죄로 판결한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병역거부자 오경택(왼쪽 두 번째)씨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교적 사유가 아닌 ‘사람을 해칠 수 없다’는 개인적 신념에 따라 처음으로 대체복무를 인정받은 오수환(31)씨가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김예영 장성학 장윤선 부장판사)는 16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인격과 생명에 대한 절대적 존중이라는 신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입영 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없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오씨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결 전부터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징역형을 감수하려고 했다”면서 “여러 병역 거부와 전쟁 반대 활동을 지속한 점 등을 보면 병역 기피 목적으로 볼만한 사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어떠한 이유로도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없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 2018년 2월 현역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나단(32)씨가 6일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문을 읽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양심적 병역거부자 나단(32)씨가 6일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문을 읽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오씨 입영 거부 이후 헌재
양심적 자유 병역거부자 손 들어줘

헌법재판소는 오씨의 입영 거부 이후인 2018년 6월 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제도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양심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듬해인 2019년에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에 관한 법률(대체역법)이 제정됐다.

오씨는 2020년 7월 대체역 편입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신청해 지난해 1월 편입 신청 인용 결정을 받았다. 이는 특정 종교 신도가 아닌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편입 신청이 받아들여진 첫 사례였다.

하지만 검찰은 오씨가 대체역 편입 결정을 받거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기 전인 2018년 2월 입영 통지를 받고도 거부한 것은 병역법 위반이라고 보고 2020년 9월 오씨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대체복무제는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한 것을 계기로 2020년 10월부터 시행됐다. 대체복무 편입 여부는 병무청 내 설치된 대체역심사위에서 종교적 신앙 사유, 개인적 신념 등의 이유를 따져 결정된다.

지난달 3일 기준 전국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총 648명의 인원이 대체복무요원으로 소집돼 근무하고 있다.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26일 오후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의 입교식이 열린 가운데 입교생들이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0.10.26. 사진공동취재단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26일 오후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의 입교식이 열린 가운데 입교생들이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0.10.26.
사진공동취재단
형 집행 ‘개인 신념’ 병역거부
대체역 편입 국내 첫 수용

앞서 지난달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대체복무로 편입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나왔다. 

병무청 대체역심사위원회는 지난달 7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정욱(31)씨가 낸 대체역 편입신청을 인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통지했다.

이는 신앙이나 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이들 중 대체역 편입이 결정된 첫 사례라고 병무청은 설명했다.

앞서 정씨는 군사훈련과 폭력을 거부하는 비폭력주의자로 징집에 응하지 않았다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2019년 5월 17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해 2월 3일 오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 앞에서 입영장병과 가족 및 친구들이 인사하고 있는 모습. 2020.2.3 연합뉴스
지난해 2월 3일 오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 앞에서 입영장병과 가족 및 친구들이 인사하고 있는 모습. 2020.2.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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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본부는 해군병 680기 훈련병들이 설 연휴에도 고강도 기초군사훈련 중인 모습을 28일 공개했다. 올해 첫 번째 기수로 지난 3일 입영한 훈련병들은 한겨울 추위와 코로나19를 동시에 극복하면서 강하고 선진화된 필승해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 훈련병들이 해군교육사령부 야전교육훈련대에서 유격훈련을 하고 있다. 2022.1.28 해군본부 제공
해군본부는 해군병 680기 훈련병들이 설 연휴에도 고강도 기초군사훈련 중인 모습을 28일 공개했다. 올해 첫 번째 기수로 지난 3일 입영한 훈련병들은 한겨울 추위와 코로나19를 동시에 극복하면서 강하고 선진화된 필승해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 훈련병들이 해군교육사령부 야전교육훈련대에서 유격훈련을 하고 있다. 2022.1.28
해군본부 제공
그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지만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고, 9개월여 복역한 뒤인 지난해 2월 28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만 28세 이상으로 선순위 소집 대상인 정씨는 이번 병무청 결정으로 올해 상반기 내로 대체역 복무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병역거부 비판에 “폭력의 정당화를
믿는 입장에서 말하는 것” 반박


정씨는 언론에 “3년이란 시간을 대체복무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된다”면서도 “복무 자체에는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믿는다”면서 “군사훈련, 집총 등은 모두 살인을 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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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본부는 해군병 680기 훈련병들이 설 연휴에도 고강도 기초군사훈련 중인 모습을 28일 공개했다. 올해 첫 번째 기수로 지난 3일 입영한 훈련병들은 한겨울 추위와 코로나19를 동시에 극복하면서 강하고 선진화된 필승해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 훈련병들이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2022.1.28 해군본부 제공
해군본부는 해군병 680기 훈련병들이 설 연휴에도 고강도 기초군사훈련 중인 모습을 28일 공개했다. 올해 첫 번째 기수로 지난 3일 입영한 훈련병들은 한겨울 추위와 코로나19를 동시에 극복하면서 강하고 선진화된 필승해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 훈련병들이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2022.1.28
해군본부 제공
병역거부를 향한 비판에는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 입장에서 말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폭력은 더 많은 폭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배척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시민단체 병역거부운동연대에서 대체역 복무 지원 독려 활동 중인 정씨는 “대체역복무위의 이번 결정으로 병역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더 용기를 갖고 대체역 편입신청 심사에 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수치가 나쁨을 기록한 9일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열린 입영문화제에서 입영장정들이 훈련소에서 제공한 황사마스크를 쓰고 경례를 하고 있다. 2018. 4. 9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미세먼지 수치가 나쁨을 기록한 9일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열린 입영문화제에서 입영장정들이 훈련소에서 제공한 황사마스크를 쓰고 경례를 하고 있다. 2018. 4. 9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자의 생활관 내부 모습. 2020.10.26. 사진공동취재단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자의 생활관 내부 모습. 2020.10.26.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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