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체성 떠나 나라 지키는 군인으로 남고 싶어… 끝까지 싸울 것”

“성정체성 떠나 나라 지키는 군인으로 남고 싶어… 끝까지 싸울 것”

김정화 기자
입력 2020-01-22 22:24
업데이트 2020-01-23 09:3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얼굴·실명 공개한 변희수 하사

“10대부터 꿈꿔… 부사관 특성화고 진학”
육군, 소속여단 “복무적합” 의견도 외면


“통일! 제 이름은 6군단 5기갑여단 하사 변, 희, 수입니다. 군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싸우겠습니다.” 국군 창설 이래 처음으로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22) 육군 하사의 울음 섞인 목소리는 내내 가늘게 떨렸다. 22일 육군은 강제 전역 결정을 내렸지만, 변 하사는 “성정체성을 떠나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연 기자회견에 군복을 입고 참석한 변 하사는 얼굴과 실명, 소속을 공개했다. 그는 복받치는 서러움을 겨우 참아내면서도 “모든 성소수자 군인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를 수행하면 좋겠다”며 꿋꿋이 소신을 밝혔다.

변 하사는 어릴 때부터 간절히 군인을 꿈꿨다. 그는 “10대 시절 독도 문제 관련 일본 규탄 집회, 북한 인권 집회에 참석하면서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집 근처 인문계고 진학을 거부하고 전남 장성의 부사관 특성화고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은 늘 어지러웠다. 머리로는 여성이라고 느끼지만, 신체는 남성인 자신의 성정체성 때문이다. 복무 이후 줄곧 극심한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겪으며 폐쇄병동을 쓸 정도로 증세가 심각했던 변 하사는 결국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수술을 결심했다. 변 하사는 “2018년 4월부터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와 상담을 받으면서 ‘마음에 있던 짐을 쌓아 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라’는 조언을 들었다”면서 “계속 억눌러 둔 마음을 똑바로 마주 보고, 성별 정정 과정을 거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군은 그러나 여군으로 끝까지 복무하고 싶다는 그의 희망을 산산조각 냈다. 변 하사는 “전역심사위 결정 이후 주임원사가 전화해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더라”라면서 “소속 여단에서도 제가 계속 복무하는 게 적합하다는 답변까지 올린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육군 본부는 성전환자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신체 훼손 기준으로만 전역 심사를 했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1-23 2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