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화된 ‘검수완박’…尹정부 시행령 우회 가능성 ‘원천차단’

구체화된 ‘검수완박’…尹정부 시행령 우회 가능성 ‘원천차단’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2-04-26 23:39
업데이트 2022-04-2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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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 입법 반대 손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공동취재
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 입법 반대 손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공동취재
2대범죄 ‘부패·경제범죄 중’ 결정
尹정부 시행령 우회 가능성 ‘원천차단’
국힘, 의총서 ‘검수완박법’ 저지 규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합의안 파기를 이유로 이들 법안을 이날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 단독 처리한 데 이어 곧바로 전체회의까지 소집하는 등 속도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강행 처리에 격렬하게 항의하면서 안건조정위원회 소집으로 일단 제동을 걸었다.

이날 의결한 개정안은 지난 22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도달한 합의안을 기초로 법사위의 조정의견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국민의힘은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합의 파기로 규정하고는 약간의 수정을 거쳐 처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정의당의 제안을 일부 받아들였다.

민주당의 수정을 거쳐 소위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우선 검사의 직무 중 직접 수사가 가능한 범죄의 종류를 ‘부패·경제범죄’ 두 가지로 엄격히 제한했다.

특히 애초 법사위 조정의견의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이 아니라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 수사 범죄를 정하도록 규정했다.

추후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서라도 우회적으로 수사 범위를 추가할 여지를 완전히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과 대검 관계자들이 25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소집, ‘검수완박’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토대로 만들어진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공동취재
강성국 법무부 차관과 대검 관계자들이 25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소집, ‘검수완박’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토대로 만들어진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공동취재
민주당은 부패·경제범죄 수사와 관련해서는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의 직접 수사 부서 및 소속 검사·수사관 등 현황을 분기마다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넣었다.

여야 합의안 중 검찰의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기 위해 현재 5개인 반부패강력수사부를 3개로 줄이기로 한 내용의 이행 여부를 국회가 감시하기 위한 조항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이를 법률로 강제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합의안을 통해 경찰로 떼어내기로 한 4개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선거범죄의 경우 올해 12월 31일까지는 검찰에 남겨두기로 했다.

이는 애초 합의안에는 없던 정의당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검찰의 선거범죄 수사권을 없애는 것이 ‘정치권 방탄용’ 아니냐는 의심을 불식하기 위해 6·1 지방선거 공소시효(6개월)가 끝나는 올 연말까지 선거범죄 수사권을 검찰에 존치하자는 취지다.

향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종결 및 법안 찬반 표결에서 정의당의 협조를 얻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경찰 송치사건 등에 대한 ‘검찰 보완수사’ 인정
민주당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 등에 대해서도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일부 인정하는 규정도 뒀다. 이는 검찰과 국민의힘의 주장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동시에 수사 범위는 ‘동일한 범죄사실’로 한정해 별건 수사를 원천봉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도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해서는 안 되고, 다른 사건으로 확보한 증거나 자료로 관련 없는 사건의 자백이나 진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삽입됐다. 별건 수사를 금지한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은 조항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저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저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기소 검사의 분리와 관련해서는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한 공소의 제기에 관여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애초 법사위는 조정안을 통해 수사한 검사가 해당 사건의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직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제안했지만, 공소의 유지와 관련한 표현은 삭제했다.

이는 “자칫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수사 검사가 참여하면 재판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법원행정처의 우려를 받아들인 것이다.

쟁점 중 하나이던 이의신청권자의 경우 ‘고소인 등’으로 넓게 정의한 기존 형사소송법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법사위 조정의견은 이를 ‘고소인’으로 좁혔지만, 이 경우 피해자나 그 법률대리인 등에게서 이의신청권을 빼앗게 된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조정안 부대의견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이며, 검찰 외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사개특위 구성 후 1년 6개월 이내에 중수청을 출범시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떼어내겠다는 민주당의 입장과 어긋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김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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