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가 뭐길래…도입 13년 성과와 보완점은

청문회가 뭐길래…도입 13년 성과와 보완점은

입력 2013-01-31 00:00
업데이트 2013-01-3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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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대상 지속적 확대…고위공직자 검증대로 확립도덕성 검증에만 치중해 정쟁소지…보완책 필요

김용준 전 국무총리 지명자의 낙마는 인사청문회 제도가 고위공직자 검증 과정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재확인시켜준 사례다.

김 전 지명자는 1988년 대법관, 1994년 헌법재판소장에 취임했지만 당시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어 국회 차원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논란이 된 재산이나 아들의 병역 문제는 이미 1993년 공직자 재산공개 때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에 당시 청문회 제도가 있었다면 검증대상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2006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될 때 청문회를 거쳤지만 당시 여야의 관심은 온통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 문제에 쏠려있던 터라 제대로된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 국회에서 작심하고 검증을 벌일 때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것은 김대중정부 때인 2000년 6월이다. 1997년 대선 때 김 전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 후 국회 정치구조개혁입법특위의 2년 활동을 통해 여야 합의로 청문회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청문회 대상은 국회 임명동의가 필요한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13명) 등 고위공직자 17명과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3명), 중앙선거관리위원(3명) 등 23명이었다.

그러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03년 1월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을 청문 대상에 포함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노 전 대통령 시절인 2005년초 고위공직자들이 잇따른 추문으로 낙마하자 사전 검증절차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청문 대상을 국무위원 후보자 전원으로 확대해 2006년 2월 국무위원 후보자 첫 인사청문회가 실시됐다.

현재는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 합동참모의장, 한국은행 총재 등도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후 청문회는 고위공직자들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혹독한 검증 관문이 됐고, 그 결과로 후보자들이 낙마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국무총리만 해도 2002년 7월 장상, 2002년 8월 장대환 총리 지명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2010년 김태호 총리 지명자는 청문회 후 4일만에 사퇴를 선언했고, 김용준 전 지명자는 청문회도 받기 전에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감사원의 경우도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를 내정했지만 ‘코드인사’ 논란이 생겨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이명박정부 시절이던 2011년 1월 정동기 후보자는 청문회 무대에 서지도 못한 채 내정 12일만에 자진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국무위원의 경우 국회의 표결을 통한 임명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후보자 발표 이후 검증 과정에서 낙마하는 사례가 즐비하다.

2008년 이명박정부의 조각 인선 중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줄낙마했다.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하루만에 사퇴한데 이어 2010년에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했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고위공직자 임명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검증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물이 고위공직에 오르게 하는 순기능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통령과의 친소관계에 따른 ‘코드인사’, ‘밀실인사’, ‘비선인사’가 이뤄져도 이를 견제할 수단이 없었지만 청문회가 도입되면서 국회 검증을 염두에 둔 옥석가리기가 중요한 인사 기준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가 후보자의 흠집을 내기 위한 도덕성 검증에 치중하면서 자질이나 전문성, 능력을 평가하는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여야 간 정쟁의 소재로 활용되는 부정적 측면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회에서 도덕성 검증을 거쳐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이를 국회나 인사청문회 제도 탓으로 돌려선 안된다”며 “다만 청문회가 자질과 능력 검증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보완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발표하기 전 단계에서 철저한 검증을 하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많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별도로 공적인 기구를 구성해 검증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후보자 물색에서 임명까지 연방수사국ㆍ국세청ㆍ공직자윤리위원회의 사전 조사를 통해 개인ㆍ가족, 세금, 범죄경력 등 무려 233개 항목을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김형준 교수는 “미국은 조사기관이 조사결과를 대통령에게 개별적으로 보고하기 때문에 어느 기관에서 철저한 조사를 했는지 판별할 수 있는 상호 경쟁시스템을 갖고 있어 부실 조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원혜영 의원은 최근 대통령이 고위공직후보자 지명 전 최소한 도덕적 기준과 능력 등을 검증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인사검증위원회를 설치토록 하는 내용의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은 검증 후보자 범위를 청문회 대상은 물론 정부의 차관ㆍ처장ㆍ청장, 청와대 비서실장, 국민권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으로 확대하고, 인사청문 대상인 후보자의 경우 청문요청시 검증보고서를 국회에 함께 제출토록 하고 있다.

원 의원은 “현행 청문회는 후보자들의 도덕성이나 청렴성 등에 대한 검증이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실시된다”며 “따라서 후보자의 정책적 능력과 비전을 검증하기보다는 비리 폭로장이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의 사전검증이 철저하게 이뤄지고 그 결과가 국회에 제출되는 것을 전제로 청문회의 도덕성 검증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많을 경우 국회 상임위 합의 하에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자는 제안도 있다.

고려대 이내영 교수는 “미국 의회의 청문회는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 능력과 업무적합성 검증을 공개로 진행된다”며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거나 가족 등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비공개 전환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경험하며 압축성장을 해온 우리나라의 특성을 감안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고위공직 후보군 중 2013년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 이를 충족할 만한 인재풀이 협소해질 수 있다는 한계를 어느 정도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내영 교수는 “현재 60대 이상 고위공직 후보군 중 1960~1980년대 부동산 투기 등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인재풀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세대별로 용인되는 범위를 정할 수 있는지 논의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오래되지 않아 국민이 공직자에 대해 요구하는 잣대와 실제 공직 후보자 간 미스매치가 있기 때문에 누가 인사를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의견을 구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도 청문회가 ‘고무줄 기준’에 따라 정치공세와 공방의 장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인사청문 백서, 선진국 사례 연구 등 청문회 기준 마련 필요성이 간헐적으로 제기됐지만 구체적 해법을 마련하진 못한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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