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여심 훔친 日 女작가들 유쾌한 독설

韓 여심 훔친 日 女작가들 유쾌한 독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7-01-24 17:36
업데이트 2017-01-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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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대 여성들이여 “자유로워져라” “내 멋대로 즐겁게 살라”

앞서 살아간 일본 언니들의 유쾌한 독설이 국내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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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
사노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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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지즈코
우에노 지즈코


사카이 준코
사카이 준코


이들은 책에서 나이의 많고 적음, 결혼과 비혼, 아이 있음과 없음으로 여자 인생의 명암을 가르려는 사회의 잣대를 걷어차고 “자유로워지라”고, “내 멋대로 즐겁게 살라”고 20~40대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일본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 ‘맷집 좋은 사회학자’, ‘싸움닭’ 등으로 불리는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가부장적인 사회를 통렬하게 뒤엎는 저작들로 잘 알려진 사카이 준코, 밀리언셀러 그림책 작가인 사노 요코 등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국내 출판계에서는 이들의 에세이가 활발히 출간되고 있다. 사카이 준코의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사노 요코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에노 지즈코와 미나시타 기류의 대담집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등이 잇달아 나왔다. 2015년에 나온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는 6만부, 뒤이어 나온 ‘죽는 게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는 1만부씩, 최근 출간된 사카이 준코의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는 한 달 새 7000부가 팔려나가는 등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출판사들이 앞다퉈 책을 펴내는 모습이다.

송현주 인터파크도서 문학담당 MD는 “일본은 고령화나 중년의 문제, 비혼, 1인 가구의 등장 등이 우리보다 앞서 진행돼 그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한 작가군과 책들이 많다”며 “국내에서는 최근 이런 현상이 이슈화되며 ‘나’에 대해 집중하고, ‘남이 아닌 나’를 위로하는 책들의 출간과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는 이런 에세이가 없는 걸까. 출판계 관계자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내 에세이들과 결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에세이들은 잘나가는 여성의 성공 스토리나 특정한 태도를 강요하는 자기계발서로 흐르는 경우가 많아 친근한 느낌보다는 방어하는 느낌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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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우리는 어린 여성들에게 삶의 지혜나 일하는 법, 나이 먹는 법을 일러주는 교조적인 스타일이 많은데 이 작가들은 문체 스타일이 ‘아니면 말고’다. ‘곧 죽을 텐데 우울해서 뭐해’라는 식으로 유쾌하게 삶을 관조하고 이혼이나 암투병 등 드러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도 내보이며 ‘네 멋대로 살아라’, ‘아무도 네게 뭐라고 할 수 없다’고 하니 한국 독자들에겐 신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통으로 잘 알려진 임경선 작가는 “국내 작가들은 자신을 글에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이 있어 글이 엄숙하고 특히 생활 에세이는 사양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일본 저자들은 문화적으로도 스스로를 까발리는 데 심리적 저항이 별로 없어 훨씬 자유로운 글쓰기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 저자들은 냉소와 독설, 자기 비하도 마다하지 않지만 자신의 아픈 속내나 추레한 민낯마저도 과감히 내보인다. 저열한 편견에는 대항하지만 다양한 삶과 취향, 선택은 보듬고 존중한다.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등을 번역한 이지수 번역가는 “요코나 사카이 준코 등의 글을 보면 독설을 내뱉으면서도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통찰력과 위트,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해 독자들에게 기분 좋은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했다.

이런 책들은 올해도 줄지어 나올 예정이다. 사노 요코가 좋고 싫은 취향의 문제를 에세이로 풀어놓은 ‘이것 좋아 저것 싫어’(가제)가 2월 중순에, 중년의 문제를 언급한 다나베 세이코의 에세이 ‘주부의 휴가’와 히라마쓰 요코의 미식 에세이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등이 상반기 중에 출간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01-2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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