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R 99%·LPR 98%…절대다수 “찬성”
푸틴, 수일 내 합병 공식 선언 가능성
젤렌스키 “기관총 위협받아 억지 투표”
美, 러 규탄 결의안 안보리에 제출키로
지난 23~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 진행된 러시아 합병 찬반 주민투표에서 ‘압도적 찬성’ 결과가 나왔다고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했다. 사진은 세바스토폴의 한 투표소 모습. 2022.9.27 타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AP·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투표는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의 친러 반군 장악 지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의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서 치러졌다.
이들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결과 영토합병안이 주민 절대다수의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잠정 집계된 지역별 찬성률은 DPR 99.23%, LPR 98.42%, 자포리자 93.11%, 헤르손 87.05% 순이었다. 최종 결과는 앞으로 5일 내 확정된다.
데니스 푸실린(왼쪽)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수장과 알렉산드르 힌슈테인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중 DPR 지역의 러시아 합병 찬반 주민투표 결과 발표 후 손을 잡고 웃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99.23%의 합병 찬성률이 나온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2.9.27 타스 연합뉴스
영국 국방부는 “오는 30일 러시아 의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상·하원 연설이 예정돼 있다”며 “이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러시아 연방 가입을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이 이날 밤 합병안을 발의하고 28일 의결한 뒤, 29일 상원이 이를 승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비슷한 사례인 2014년 크림반도 합병의 경우 투표부터 영토병합 문서 최종 서명까지 모든 절차를 완료하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의 러시아 합병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끝난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들이 개표를 하고 있다. 2022.9.27 타스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우리는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돈바스, 하르키우주 내 점령된 지역, 크림반도에서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점령된 영토에서 벌어지는 이 코미디는 짝퉁 주민투표로도 불릴 수 없을 정도”라며 투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 세계인의 눈앞에서 ‘주민투표’라고 불리는 웃음거리를 연출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기관총 위협을 받으면서 TV 방송화면에 쓸 사진을 찍기 위해 억지로 투표용지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주민투표를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하기로 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 연설이 나오고 있다. 2022.9.27 AP 연합뉴스
다만 다만 당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비토권을 보유한 상임이사국인 탓에 미국의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11억 달러(약 1조 57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익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해 군사 원조를 할 예정이며 며칠 안에 이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