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남성, 허리케인 물난리에 나무 매달려 3시간 버틴 끝에

플로리다 남성, 허리케인 물난리에 나무 매달려 3시간 버틴 끝에

입력 2022-10-03 20:37
업데이트 2022-10-0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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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케인 ‘이언’이 미국 플로리다주를 엄습한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로톤다 웨스트 마을에 있는 자신의 집에 물이 차오르자 스테파니 다우닝(32)은 아버지 스탠 펜츠(69)가 걱정됐다. 오후 2시쯤이었다. 아버지는 딸의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의 포트 마이어스에 살고 있었다.

 물리치료사인 다우닝은 한 시간 뒤 아버지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물이 어깨까지 차오른 데다 물살이 워낙 거세 집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주방 테이블에 올라간 다우닝은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어떡해든 창문을 깨고 빠져나가 안전한 곳으로 헤엄쳐 나가라고 다그쳤다. 어느 순간 통화가 뚝 끊겼다. 다시 버튼을 누를 때마다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버렸다. 나중에는 그마저도 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난 익사하고 말 것 같아.”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웃사람들은 포트마이어스의 희생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우닝은 피플 닷컴 인터뷰를 통해 “남편에게 ‘우리 아버지도 돌아가신 분 중의 한 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며 “우리 언니를 만나고도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어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만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20시간이 지나서야 인터넷이 복구됐다. 다음날 오전 10시 45분이었다. 낯선 남자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난 당신 아버지와 함께 있어요”였다.

 그녀의 언니는 맨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다우닝은 “의자에 팍 주저앉아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맙소사, 아빠가 살아있어요’라고 되뇌었다”고 돌아봤다.

 셰프로 은퇴한 펜츠는 단층 콘도 건물에 살고 있었는데 허리케인 접근 소식이 들려온 뒤부터 줄곧 딸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처음 집에 물이 들어오자 수건들로 문 틈을 막으려 했다. 그 뒤 물이 슬라이딩 유리문을 부술 듯 쏟아져 들어왔다. 한 시간 안에 1.8m까지 물이 차올랐다. 물에 떠밀려 그는 집안 이곳저곳으로 떠밀려 다니고 있었다.

 이 시점에 딸과 통화가 된 것이었다. 다우닝의 남편은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고기 두드리는 방망이(meat mallet)라도 휘둘러 창문을 깨보라는 것이었다. 그 뒤 전화가 끊겼고, 펜츠는 창문 위에 매달려 블라인드를 열어제친 뒤 물 속에 들어간 뒤 헤엄을 쳐 옆집 이층 건물 방향의 자동차 쪽으로 헤엄쳤다. 물도 먹었다. 이제 죽는구나 싶었다. 물살을 이겨내지 못했다. 어느 순간 물살이 그를 야자수로 떠밀었다. 엉덩이를 기댈 수 있어 두 팔과 두 다리를 들어올려 가지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3시간을 버텼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펜츠는 두 발을 바닥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 새벽에는 무릎까지로 물이 줄었다. 낯선 사람이 맨발로 걸어오다 펜츠를 발견했는데 마침 그에게 전화가 있어 딸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몇 시간 뒤 다우닝과 언니가 차를 몰아 아버지를 태우고 어머니의 집으로 모셨다.

 “새 아버지가 우리 아이들에게 그러더군요. ‘여기 특별한 분이 계시단다’라고요. 아버지가 의자에 앉아 꼭 나처럼 ‘맙소사!’ 하시더군요. 저는 아버지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어요. 아버지를 바라보며 ‘안녕 마이클 펠프스. 수영 좀 하시네요. 네?’라고 말했지요. 이어 ‘헛깨비를 본 것 같네요’라고 농을 했더니 아버지도 ‘나도 꼭 죽는 줄로만 알았다’고 받으시더군요.”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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