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호세프 2기 정부 ‘무거운’ 분위기에서 출범

브라질 호세프 2기 정부 ‘무거운’ 분위기에서 출범

입력 2015-01-02 09:42
업데이트 2017-12-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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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건전성 확보, 성장동력 회복, 공공서비스 확충 등 과제 산적 적극적 외교 전환 기대…미국과 외교관계 개선 시도할 듯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취임식을 하고 2기 정부를 출범시켰다.

호세프에게는 브라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이어 연임에 성공한 세 번째 대통령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따른다. 그러나 2기 정부를 시작하는 호세프 대통령의 마음은 그리 편치 못하다.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승리해 재선에는 성공했지만, 2011∼2014년 1기 정부 성적표가 누가 봐도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1기 정부 4년 내내 계속된 경제성장 둔화 사이클을 끝내고 성장동력을 되찾아야 하며, 대선을 거치면서 나타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다. 소통 부재로 정치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전임자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비교되는 소극적 외교 행보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집권 2기를 시작한 호세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과제는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이다.

호세프 정부 출범 이후 성장률은 2011년 2.7%, 2012년 1.0%, 2013년 2.3%였다. 지난해는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기술적 침체를 겪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0.2∼0.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호세프 2기 정부가 중도좌파 정권이 처음 출범한 지난 2003년보다 훨씬 더 어려운 여건에 처했다고 진단한다.

성장둔화에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더해지면서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까지 경고한 상태다.

호세프 대통령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예고했다. 재무장관과 기획장관, 중앙은행 총재 등 경제팀을 시장주의자들로 채우며 시장의 신뢰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호세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빈곤·기아 퇴치 등 복지 수준을 최대한 유지하는 선에서 긴축 정책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공공 서비스 수준은 국민의 기대를 크게 밑돌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2013년 대중교통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정부와 정치권의 부패·비리 척결과 복지·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한 공공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운동으로 번진 바 있다. 당시 시위로 호세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0%대까지 추락했다.

호세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정부지출을 과감하게 축소하는 재정 긴축이 계속되면 공공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상당한 반발이 우려된다.

브라질 최대 기업인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Petrobras)를 둘러싼 비리 스캔들도 호세프 대통령에게는 큰 짐이다.

경찰은 페트로브라스에 장비를 납품하거나 정유소 건설 사업 등을 수주하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난 기업인들을 체포했고, 검찰은 뇌물 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가 드러난 30여 명을 기소했다. 세탁을 거친 검은돈이 정치권에 흘러들어 간 정황도 포착됐다.

재계와 정치권을 뒤흔든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에 대형 건설업체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인프라 공사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확인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대선에서 호세프 대통령은 중도우파 야당 후보와 유례없는 대접전 끝에 어렵게 승리했다. 지역별·소득계층별로 지지층이 극명하게 갈린 결과였다.

대선 이후 반정부 시위가 5차례 벌어졌다. 시위는 부패·비리 척결, 노동자당(PT) 정권 반대, 호세프 대통령 탄핵과 대선 무효화를 주장하는 3가지 양상으로 나타났다. 대선 후유증으로 나타난 이런 갈등을 봉합하지 않고는 통합의 정치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 4년의 집권 기간 내내 따라다닌 ‘소통 부재’ 이미지를 극복할지도 관심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노동자당과 사회단체, 노동계 등과 소원한 관계를 계속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지난해 말 “호세프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2018년 대선에서 노동자당의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을 정도다.

호세프 대통령은 2기 정부 내각도 노동자당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구성했다. 전체 39명의 각료직을 10여 개 정당에 배분하며 연립정권 기반을 넓혔다. 의회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이 같은 구상이 호세프 특유의 정치력으로 입증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 문제로 빚어진 미국-브라질 갈등은 상당 부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호세프 대통령은 NSA가 자신의 이메일과 전화통화 기록을 훔쳐보거나 엿들었고, 페트로브라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온 것으로 드난 데 대한 불만으로 2013년 10월 23일로 예정된 미국 국빈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급진전할 가능성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호세프 대통령의 미국 방문도 다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부터 주미대사를 맡은 마우로 비에이라를 2기 정부 외교장관에 기용한 것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호세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0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최대 경제협력 파트너로 부상했다.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이 호세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것도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중국 정부가 브라질 대통령 취임식에 국가부주석을 참석시킨 것은 처음이다.

이밖에 호세프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상에 개방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따른다. 브라질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유럽연합(EU) 간의 자유무역협상에 여전히 관심을 보이는 데다가 남미공동시장-태평양동맹 간의 자유무역협상도 서두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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