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통신사 등 불법행위 알고도 수사당국 묵인 논란
영국 수사 당국이 로펌, 통신기업, 보험사 등의 불법적인 개인정보 수집 활동을 오랫동안 묵인해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국 중대조직범죄수사국(SOCA)은 해커와 사설탐정을 고용한 대형 기업의 불법 정보수집 행위를 2007년에 알고도 대응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청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가 환대서양 통신 케이블을 해킹해 민간인의 전화, 이메일, 인터넷 사용기록 등을 감청했다는 폭로에 이어 이런 사실이 공개돼 영국 정보기관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신문은 ‘영국의 FBI’로 불리는 SOCA가 지난해 언론윤리 관련 조사활동을 벌인 레비슨 위원회에 제출한 비공개 보고서를 입수해 이같이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정보 수집 전문가로 유명한 한 해커의 고객 리스트에서는 로펌과 보험사를 비롯한 부유층 고객 비율이 80%나 됐다. 취재원 불법도청 파문에 관련된 언론사도 20%를 차지했다.
해당 기업들은 경쟁사나 주요 고객 동향을 파악할 목적으로 해커와 사설탐정을 고용해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불법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개인정보 수집을 위해 음성사서함 해킹에서부터 전화도청, 경찰 매수, 컴퓨터 해킹, 사법집행 방해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정보수집 전문가들은 감시대상 인물의 소속사와 거래 은행, 국세청, 자치구청, 전기 및 수도 제공사 등에 접촉해 필요한 개인정보에 접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감시 대상자의 유선전화 분배 장치에 특수 제작한 도청장치를 장착해 전화통화 내용을 실시간 도청한 사례도 있었다.
보고서에서는 ‘도청이나 속임수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극복하고 전문 기술을 습득해 가치 있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전문가 매뉴얼의 존재도 드러났다.
레비슨 위원회는 작년 말 불법도청 파문 조사활동을 마치고 최종보고서를 제출했지만 SOCA 기밀보고서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노동당 톰 왓슨 의원은 이에 대해 “SOCA가 이른바 블루칩 기업들의 광범위한 불법 정보수집 활동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고도 필요한 법 집행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SOCA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2008년 비밀 보고서는 기밀 사안이어서 관련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며 “해당 정보는 관계 기관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