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인공지능(AI) 학교생활기록부

[씨줄날줄] 인공지능(AI) 학교생활기록부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25-01-24 01:24
수정 2025-01-24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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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살 만한 모범학생입니다.”, “공부는 잘하나 고집불통에 학칙을 어기는 경우가 많아 가정지도가 필요합니다.”

예전에 중학교 성적표 뒷면에 교사가 직접 적던 학생에 대한 평가들이다. 좋은 평가는 격려로, 부정적 평가는 자녀와 교사를 향한 눈총으로 이어졌다. 요즘은 이런 평가를 담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는 디지털화돼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나이스에 접속해야 볼 수 있다. 학생의 행동 특성은 담임이, 과목별 세부 특기 사항은 교과 담당이 작성한다. 교사들은 평소 학생의 수업 태도나 친구와의 관계 등을 눈여겨봐서 서술형으로 작성한다.

최근 초중고에서 교사들이 학생부 작성 때 인공지능(AI)을 많이 활용한다고 한다. 교사가 자신이 생각하는 학생별 행동 특성을 몇 가지 키워드로 AI에 입력해 서술형으로 제시하라고 하면 AI가 답을 준다. 교사는 이를 참고해 학생부를 작성하면서 시간을 대폭 줄이게 된다. 학생마다 일일이 서술형으로 평가하는 부담을 덜어 주는 도우미가 생긴 셈이다. 정부 지침도 AI를 활용하게 된 요인이다. 과거 학생부에 담긴 부정적 표현에 대해 학부모들이 항의하면서 성장가능성 위주로 작성하라는 게 정부의 권장사항이다. 서울 시내 중학교의 사회교과 교사는 “절반 정도의 학생은 별다른 특징이 없어 차별적인 학생부 작성이 힘든 측면이 있다”면서 “젊은 교사일수록 학생부 작성에 AI를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평가를 AI의 도움을 받아 하는 게 교육적으로 옳은지 의문이다.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의 학생부는 신경을 쓰는 반면 고만고만한 학생의 학생부는 AI의 안내대로 형식적으로 작성될 우려가 있어 보인다. AI의 힘을 빌린 학생부가 학생의 대학 진학에 영향을 미친다면,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AI를 활용해 행정적 부담은 줄이더라도 학생의 잠재력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지도는 교사의 몫이 아닐까.
2025-01-24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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