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명함

[길섶에서] 명함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25-01-24 01:24
수정 2025-01-24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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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은퇴한 지인을 며칠 전에 만났다. ‘임시계약사원’의 줄임말이라는 임원까지 지냈다. 당분간 누군가를 새로 만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30년가량 명함 내밀며 자신을 소개해 왔는데 명함 없이 자신을 소개하는 것에 적응이 되지 않더란다.

사회생활하면서 수많은 명함을 받았다. 만나는 순간 아주 짧은 어색함을 녹여 줬다. 회사의 가치를 표현하는 색깔과 문구가 담겨 있거나, 점자가 병기된 명함들은 받는 순간 이목을 끌었다. 명함에 담긴 직책과 업무는 상대방에 대해 알려 줬다. 명함에 담긴 휴대전화 번호는 요긴했다.

해외에서 찍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외국인들은 날씨, 여행 등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잘 이어 간다.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다.

회사를 평생 다닐 수도, 퇴사하고 새로운 사람을 아예 안 만날 수도 없다. 명함 없이 오롯이 나를 소개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은퇴 준비의 하나겠다. 회사 이름 없이 나만의 명함을 가질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고.
2025-01-24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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