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는 당장 대통령 특사 제한 입법 나서라

[사설] 국회는 당장 대통령 특사 제한 입법 나서라

입력 2013-01-30 00:00
업데이트 2013-01-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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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끝내 임기 말 특별 사면을 단행했다. 역대 정권이 되풀이해 온 고질적 악폐를 답습한 것이다. 청와대는 각계각층으로부터 그동안 사면 요구가 있었고, 이번 특사에 대해 민간위원이 포함된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치는 등 사면대상 선정과 절차에 있어서 철저히 법과 원칙을 따랐다고 했다. 대통령 친인척 배제, 임기 중의 권력형 비리 제외, 나라 경제에 기여한 중소·중견기업인, 사회 갈등 해소 등의 4대 원칙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사면된 면면을 보면 청와대가 말하는 법과 원칙, 국민 통합이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사범으로 꼽히는, 이 대통령의 이른바 멘토들을 버젓이 사면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보면 이 틀 속에서 최대한 봐주기 사면에 부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사회 통합의 의미를 담은 용산 참사 사건 관련자 사면조차도 이들 실세권력이나 비리 대기업인 보은(報恩) 사면을 물타기하는 구색 갖추기용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사면이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하더라도 여론을 무시하면서 법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우리 헌법이 제79조를 통해 대통령의 사면권을 둔 것은 사법부의 독립적 지위를 보장하되, 그 권한의 남용을 막을 장치도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방편으로 아무런 제약도 없이 남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취지가 아닌 것이다. 선진국들도 이런 이유로 대부분 ‘형 확정 또는 석방 5년 뒤 사면’(미국)이나 공직비리·선거법 위반·미성년자 성폭행 등 중범죄 사면 금지(프랑스) 등으로 엄격히 대통령의 사면을 제한하고 있다. 심지어 독일은 지난 60년간 단 4차례, 그것도 수사상의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 단행했을 뿐이다.

통치를 빙자한 대통령의 ‘맘대로 사면’은 이제 종식돼야 한다.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라는, 왜곡되고 병든 가치도 청산돼야 한다. 그것이 법치이고, 정의 구현이다. 새 정부와 여야는 이번 특사를 비판하며 입에 거품만 물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내심 자기 진영 인사가 사면에 포함된 사실에 안도할 게 아니라 즉각 사면권 제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권력형 비리와 주요 경제사범은 아예 사면 대상에서 제외하고, 대통령의 독단이 아니라 국민에 의한 사면이 되도록 해야 한다.

2013-01-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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