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날개 꺾인 JAL /이춘규 논설위원

[씨줄날줄] 날개 꺾인 JAL /이춘규 논설위원

입력 2010-01-13 00:00
업데이트 2010-01-1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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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항공(JAL)은 일본의 자존심이었다. 일본의 상징이요 날개였다. 1951년 DC-3 여객기 1대와 직원 39명으로 출발했다. 일본 경제 부흥과 함께 성장, 2008년 여객기 279대에 연간 승객 4600만명이 이용하는 세계 14위 항공사가 됐다. 수년 전까지 일본 대졸자들이 취업하고 싶은 직장 최상위를 차지했다. 승무원의 서비스나 안전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1986년 국제선 운항에 뛰어든 민항 ANA(전일본공수)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JAL은 최고의 급료에 퇴직 후에도 엄청난 연금을 받는 ‘화려한 공기업’이었다. 23년 전 민영화됐지만 공기업 체질 그대로였다. 자민당이 지명한 고위관료가 요직을 차지했다. “우리는 나라가 뒤를 봐준다.”는 신화에 의지했다. 기장, 승무원 등 노조만 무려 8개다. 노조는 낙하산 경영진의 발목을 잡았다. 노조와 경영진은 부도덕한 타협을 계속했다.

30년 근무 뒤 퇴직금 1700만엔을 수령할 경우 기업연금 25만엔, 국민연금과 후생연금 23만엔 등 월 48만엔의 연금을 받는다. 조종사들은 운항시간이 적어도 높은 임금을 받았다. 조직은 병들어갔다. 착륙 중 타이어가 떨어져 나가고 엔진 부품이 시가지에 떨어지는 등 사고가 잇달았다. 한없는 사랑을 보내던 일본인들도 급기야 JAL을 외면했다. 국내선 노선 3분의2 정도의 탑승률이 위험수준인 60%를 밑돈다. 세계적으로 항공수요도 급감했다. 언론들은 노조의 영향력이 막강해 퇴직자들에 대한 과도한 의료보험료 등으로 몰락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의 전철을 JAL이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JAL의 날개가 꺾였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전·현직 직원과 주주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질타했다. 일본 정부는 19일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그후 기업재생지원기구가 혹독한 조건에 지원을 결정한다. 전사원의 3분의1에 가까운 1만 3000명을 감원해야 한다. 기업연금도 30~50%씩 줄여야 한다. 채무초과액이 8000억엔에 이르러 이번에 공적자금 투입액은 1조엔에 이를 전망이다.

100% 완전감자와 상장폐지가 불가피한 기류다. 38만명 개인주주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위기다. 12일 주가는 사상 최저인 37엔까지 밀렸다. 발행주식의 4분의1인 7억주 정도나 매도주문 잔량이 쌓였다. JAL은 3년 내 정상화를 노린다. 불시착한 JAL이 재이륙에 성공할까. 차기최고경영책임자(CEO)로 유력한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0-01-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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