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흔들리나…국내 산업계 영향은

아베노믹스 흔들리나…국내 산업계 영향은

입력 2013-05-28 00:00
업데이트 2013-05-2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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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과 경합 업종 “엔저 완화될까” 기대아베노믹스 파국시 국내 경제 악영향 우려도

기세좋게 질주하던 아베노믹스가 흔들리면서 국내 산업계는 기대감과 함께 불안한 심정으로 일본 경제를 쳐다보고 있다.

기업들은 실패 가능성을 언급하기에는 이르지만 당장 국내 수출기업에 큰 부담인 엔화 약세가 완화되면 가격경쟁력 제고로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재정부담 가중과 금융권 부실증가를 의미하는 국채금리의 상승이 일본의 경기가 본격 회복되기도 전에 지금 추세대로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에 미칠 부정적 여파도 대비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일본의 경제회복세가 아직 미약한 상황에서 갑작스런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한 일본의 재정쇼크는 길게 봐서는 또다른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산업계 “엔저 완화될까” 기대…”시간 여유 갖게 돼”

일단 상승세를 보이던 달러-엔 환율이 급락세로 돌아선데 대해 산업계는 더이상의 엔저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인해 수출제품 가격이 불과 몇달 사이에 20% 오르게 되는 엔저 쇼크를 경험한 국내 기업들은 엔화 약세가 주춤거리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다음 행보를 준비중이다.

한 대기업 간부는 “그동안 고민은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저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데 있다”며 “엔저 자체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대비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도 “엔저가 주춤하는 점은 속도의 문제로 봤을 때 우리 경제에 완충제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며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업종들이 체질을 개선하고 품질경쟁력을 제고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달러 이하인 ‘볼륨존’ 국가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업이 가전제품, 휴대전화 등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여왔던 상황이 어느정도 완화될 가능성을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수출기업 60곳과 일본 수출기업 144곳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국내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2.5%에서 지난해 4분기 -1.6%, 1분기 -1.1% 등으로 크게 악화됐다.

반면 일본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0%에서 4분기 1.2%로 올라선 뒤 1분기에는 5.1%로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산업연구원 허문구 박사는 “미국 등 G7이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전략’이라고 수 있는 엔저정책을 더이상 용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엔저가 중단되면 당분간은 우리 산업도 숨을 돌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출경합도 높은 업종 “엔저 피해 희석될듯”

엔화약세의 완화 가능성은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철강, 전자 업종에서 감지되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엔저 효과는 일본차가 가격경쟁력을 갖고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가 늘어나는 간접적 형태로 나타났는데 엔저가 주춤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국내 완성차의 경쟁력이 더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는 아베노믹스의 흐름과 영향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비교적 덜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일본 업체의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전자업계는 엔화의 움직임이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 약세가 되면 부품이나 설비, 원자재 등 구매비용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수출가격 경쟁력은 약화된다는 것이다.

전자업계는 결제 통화 다변화와 해외 현지 생산물량 확대 등을 오래전부터 추진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엔화약세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어느 정도 희석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철강업계는 엔저에도 대일 수출물량이 유지되는 등 큰 영향은 없었지만 엔화 약세가 완화하면 동남아 등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 시장에서 다소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행·관광업계는 아베노믹스의 후폭풍에서 하반기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말부터 일본인 관광객의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는 엔화 약세가 사라지면 하반기부터 일본에서 한국행 수요가 되살아나고 한국인 여행객의 일본행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국내 여행 업계가 그동안 ‘엔고 특수’를 누려온 게 사실”이라며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여행사들이 곧바로 일본 현지에서 관광객 모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도 엔화 약세의 완화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대한상의가 수출 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 마지노선은 101.1엔으로 이미 한계를 넘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계는 이러한 ‘엔저’ 피해가 직접 수출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에서 수출 대기업에 대한 부품·소재 납품을 통해 간접 수출하는 중소기업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해왔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줄어든 대기업이 원가를 줄이기 위해 납품단가 인하 등을 요구하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납품 중소기업은 보통 장기계약을 맺기 때문에 당장은 직접 수출하는 기업들이 받는 영향이 크지만, 엔화 약세가 오래가면 갈수록 납품 기업이 입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 “아베노믹스 파국시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

아베노믹스의 파국이 국내 산업계에 도움이 되는 것만도 아니다. 일본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면 글로벌 시장의 수요 감소와 또다른 글로벌 경제위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일본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강화돼 엔화가 더 약세로 갈 가능성도 있어 여전히 문제”라며 “일본 경기가 연착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일본의 아베노믹스의 흐름과 이에 대한 영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전수봉 조사1본부장은 “며칠전부터 일본의 경제정책이 다소 흔들리는 모양이지만 지금 아베노믹스가 성공했다, 또는 실패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아베노믹스가 금융통화부문에 포커스를 맞췄던 1단계에서 실물경제에 중점을 두는 2단계로 옮겨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최근의 채권금리상승, 국가부채증가 등은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부작용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 본부장은 “2단계는 구조개혁과 경쟁력강화를 통해 좀더 중장기적인 성장역량을 확충하자는 것”이라면서 “일본제조업이 불황을 딛고 호황으로 넘어가는지, 고융이 많이 늘어나는지 등을 지켜봐야만 아베노믹스의 성패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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