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채發 위기 논란’재정 파탄 시나리오’ 대두

일본 국채發 위기 논란’재정 파탄 시나리오’ 대두

입력 2013-05-28 00:00
업데이트 2013-05-28 07:3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세계 최대 채무국 일본, 금리 상승에 이자부담

최근 ‘아베노믹스’의 여파로 일본 국채 금리(수익률)가 오르면서(국채 가격 하락) ‘일본 국채발(發)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해 막대한 일본 정부 부채가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팽창, 일본 재정이 파탄에 이른다는 시나리오다.

시장에서는 위기가 당장 눈앞에 닥친 것은 아니지만, 일본 당국이 상당한 난제를 안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 일본 국채 금리, 왜 오르나

일본 국채 금리는 일본은행이 대대적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한 지난 4월 초에 급락했다가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장기금리의 대표적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일본은행 발표 직후 한때 사상 최저치인 0.31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한 달여 동안 계속 올라 지난 23일 한때 약 1년여 만에 처음으로 1%를 돌파했고, 27일에도 0.825%의 높은 수준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당국과 시장을 당황하게 한 것은, 일본은행이 신규 발행 물량의 70%에 해당하는 막대한 국채를 매일같이 사들였는데도 국채 금리가 계속 올라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당국의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공한 결과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이 대체로 일치한다.

일본은행이 전례 없는 ‘메가톤급’ 양적완화 조치를 통해 ‘2년 안에 2% 물가 상승’이라는 목표 달성의 강력한 의지를 투자자들에게 확신시켰고, 이에 따라 물가 상승 기대감이 생겨나면서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베노믹스의 초기 성공으로 증시가 급등해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가 늘어난 것도 국채 가격 하락에 일조했다.

리처드 쿠 노무라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이 “물가 상승이 곧 올 것이라고 언론과 대중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에 따라 단기간에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베노믹스에 부정적인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카일 배스도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믿는 투자자라면 일본 국채를 팔고 주식이나 해외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평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 막대한 부채로 재정위기 시나리오 대두…헤지펀드까지 가세

문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채무를 진 일본 정부에는 소폭의 금리 인상도 막대한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 부채는 3월 말 현재 991조6천억 엔(약 1경1천20조원)으로, 올해 말에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45%에 이를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한다.

올해 이자 등 부채 상환에 필요한 비용만 정부 예산의 24%를 차지하며, 내년에는 이 비용이 23조8천억∼23조9천억 엔(약 265조∼26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일본 정부는 세계 최저 수준의 초저금리 국채를 통해 채무 부담을 견뎌왔다.

그러나 일본 재무성 추산에 따르면 국채 금리가 1%포인트만 상승해도 내년 채무 상환 비용은 1조 엔이 증가한다.

실제로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초부터 일본 국채 금리가 0.32%포인트(32bp) 상승한 결과 채무 상환 부담은 3천200억 엔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앞으로 일본 국채 금리가 걷잡을 수 없이 폭등, 일본 재정이 파탄을 맞는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기한다.

이러한 ‘아베노믹스 파국론’의 대표 주자는 헤지펀드 매니저 카일 배스로, 그는 최근 연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방 언론을 통해 일본 국채 위기가 약 2년 안에 터질 것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과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예측, 약 5억 달러(약 5천6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유명한 그는 이번에도 일본 재정 파국 시나리오에 거액을 베팅했다.

최근 수년간 수많은 헤지펀드가 일본 국채의 위기 가능성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실패해 돈을 날린 것으로 잘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아베노믹스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제임스 새프트 로이터 칼럼니스트도 일본 국채 가격이 계속 급락하면 헤지펀드들이 거액을 투입해 공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일본은행이 일본 국채를 지키기 위해 피냄새를 맡은 상어떼처럼 몰려드는 세계 헤지펀드들과 사투를 벌여야 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 낙관론도 상당…속도조절 통한 ‘시간차’ 극복이 관건

반면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이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낙관론도 상당하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일본 국채 금리가 애초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조금 올라왔을 뿐이며 작년 초보다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은행이 다시 금리를 끌어내리기에 충분한 화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국채 파국의 시나리오가 장기적으로는 사실이 될 수도 있으나 아직 그런 징후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대표적 경기부양 지지론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국채 금리가 아직 1%도 안 되며, 금리 상승은 일본 재정의 파탄 우려가 아니라 낙관적 전망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스퍼 콜 일본 주식 리서치 책임자도 블룸버그TV에서 금리 상승이 일본 경제 회복에 따른 ‘건강한 징표’라며 향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의 근본적인 딜레마는 물가 상승을 추진하는 정책의 본질상 금리 상승 압력이 반드시 뒤따른다는 점이다.

아베노믹스는 먼저 물가 상승을 일으켜 경제 회복을 촉발하는 구조로서, 이는 먼저 경제가 살아나고 이에 따라 물가·금리가 상승하는 정상적인 경제 회복과 순서가 정반대다.

일본 특유의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려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에 따라 경제가 회복되기 전에 물가·금리가 먼저 상승하는 ‘시간차’가 생긴다는 점이 난제다.

경제 회복으로 개인 소득과 정부 세수가 늘어나기 전에 물가·금리만 올라가면 민생고와 재정 압박만 커져 아베노믹스를 파탄 낼 수 있다.

특히 물가 상승 기대감이 과도하면 금리 상승을 걷잡기 어렵게 되므로, 당국이 물가 상승 기대감을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리처드 쿠 노무라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엔화 급락과 주가 급등으로 물가의 과도한 상승(오버슈팅)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행이 “2% 물가 상승을 목표로 하는 동시에 그 이상 과도한 상승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해야 한다”며 “일본은행이 이러한 점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알리면 국채 급등 위험성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성심당 임대료 갈등, 당신의 생각은?
전국 3대 빵집 중 하나이자 대전 명물로 꼽히는 ‘성심당’의 임대료 논란이 뜨겁습니다. 성심당은 월 매출의 4%인 1억원의 월 임대료를 내왔는데, 코레일유통은 규정에 따라 월 매출의 17%인 4억 4000만원을 임대료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성심당 측은 임대료 인상이 너무 과도하다는 입장을, 코레일유통은 전국 기차역 내 상업시설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 성심당에만 특혜를 줄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임대료 갈등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규정에 따라 임대료를 인상해야 한다
현재의 임대료 1억원을 유지해야 한다
협의를 통해 적정 임대료를 도출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