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칠승 장관, 업체와의 소통 주문
중기부 4·5급 이하 실무자들 파견
“전문 인력난 허덕이는 상황 실감”
송양훈(오른쪽) 중소벤처기업부 사무관이 지난달 28일 창업기업 직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기업의 애로 사항을 꼼꼼히 메모하고 있다.
중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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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양훈 중소벤처기업부 청년정책과 사무관 등 3명은 지난달 하순 2주간 정부세종청사가 아닌 서울 강남 역삼동 벤처·창업기업 현장으로 출근했다. 이들이 출근했던 곳은 서울 강남 역삼동 팁스타운. 팁스타운은 창업기업, 벤처캐피탈 등이 입주한 창업보육공간으로 회의실·업무공간을 갖추고 있다. 창업기업(79개)과 투자기관(15개) 등이 몰려 있어 현장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중기부가 공무원의 기업 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기부는 올해 1~2월 두 달간 ‘벤처·창업기업 현장 행정’을 시범 운영 중이다. 공무원을 기업 현장에서 근무하게 하면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과 진솔하게 소통하며 공감이 있어야 살아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권칠승 장관표’ 현장 행정 모델 가운데 하나다.
우선 창업벤처혁신실 소속의 4·5급 이하 실무 공무원 3명이 같은 조를 이뤄 2개 조가 다녀왔다. 정책을 입안하는 초기부터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하게 하려고 실무자를 보낸 것이다. 파견 공무원의 근무는 사무실로 출근하던 때와 사뭇 다르다. 찾아가는 상담, 현장 방문, 식사·티타임을 이어 가면서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연결하는 방안을 고민하게 했다. 체험보고서 작성 등 형식적인 행정 절차는 최소화하고 오직 기업과 소통에만 전념하도록 했다. 대신 현장 근무에서 느낀 창의적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 부처 직원들과 공유만 하면 된다.
공무원들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기업으로 출근하면서 공직사회에서는 접하지 못한 값진 문화를 경험했다. 하향식 지시·상향식 보고가 일상인 공무원 조직과 달리, 직원들이 각자의 성과물을 공유 게시판에 올려놓으면 팀장이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 의사결정하는 체계도 배울 게 많았다고 평가했다. 송 사무관은 지난달 28일 “사무실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기업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특히 창업기업들이 전문 인력난에 허덕이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벤처·창업기업들의 반응도 좋았다. 한 창업기업 대표는 “기업이 원하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며 “기업과 정부가 서로 이해할 좋은 기회인 만큼 정기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운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 프로그램을 3월까지 운영해 보고 창업벤처혁신실 외 부서로 확대할지 결정할 방침을 밝혔다.
류찬희 선임기자
2022-02-03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