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연 끊은 아버지가 합의…‘동거녀 암매장범’ 결국 징역 3년 확정

20년 연 끊은 아버지가 합의…‘동거녀 암매장범’ 결국 징역 3년 확정

오세진 기자
입력 2017-06-08 17:39
업데이트 2017-06-08 17:4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이모(39)씨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3년형이 사실상 확정됐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부친이 자신의 딸과 20년 넘게 연을 끊고 지냈으면서도 합의금을 받고 이씨를 선처하도록 재판부가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단독] ‘동거녀 암매장’ 징역 3년, 20년 연 끊은 아버지가 합의).
이미지 확대
충북 음성군의 한 버려진 밭에서 동거녀를 살해한 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이모씨가 현장 검증에서 시신을 옮기는 과정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음성군의 한 버려진 밭에서 동거녀를 살해한 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이모씨가 현장 검증에서 시신을 옮기는 과정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주지검은 폭행치사·시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씨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충북 청주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씨는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법은 지난 1일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2년을 감형해 줬다.

검찰은 1심과 항소심에서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됨에 따라 법리적 다툼 사항이 없기 때문에 상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상고 기한은 항소심 판결 이후 일주일인 이날 자정까지이지만,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이씨의 형은 사실상 확정됐다.

이씨는 2012년 9월 중순쯤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 있는 피해자 이모(당시 36세)씨의 원룸에서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피해자를 때려 숨지게 한 뒤 인근 밭에 암매장했다.

이씨는 자신의 범행을 숨기려고 웅덩이를 파 피해자의 시신을 넣고 미리 준비해 간 시멘트까지 개어 붓기도 했다.

하지만 ‘한 여성이 동거남에 의해 살해돼 암매장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수사 끝에 범행 4년 만인 지난해 10월 18일 붙잡혔다. 구속기소된 이씨에게 청주지검은 1·2심에서 모두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부장 이승한)는 지난 1일 이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사망하고 사체 은닉까지 했지만, 유족이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감형 이유였다.

그러나 재판부가 ‘유족과의 합의’를 이유로 감형을 한 것이 지나치다는 시민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피해자는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한 뒤 할머니와 함께 생활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출한 이후로는 고아원을 전전했고, 결국 16세 무렵 독립해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경찰이 피해자가 숨진 지 4년 만에 아버지에게 연락해 사망 소식을 알릴 때까지도 가족으로부터 실종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피해자의 아버지는 이씨로부터 돈을 받고 법원에 이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에서 이씨의 감형이 결정되자 검찰은 “생전 피해자와 절연 관계에 있던 아버지의 합의로 감형돼 유감스럽다”면서 “이런 경우를 유대 관계에 있는 유족의 일반적인 합의와 동일하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