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1㎜ 깨알고지’는 유죄…개인정보 유출 범죄로 인식 못 해”

“홈플러스 ‘1㎜ 깨알고지’는 유죄…개인정보 유출 범죄로 인식 못 해”

조용철 기자
입력 2017-04-20 00:10
업데이트 2017-04-20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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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배 개인정보범죄수사단장

“항소심서 피고인들 의기양양
업체 굳어진 관행 바로잡을 것”


2015년 2월 서울중앙지검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전현직 임직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1차례에 걸쳐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개인정보 712만건을 7개 보험사에 148억원을 받고 팔고, 비슷한 시기 회원카드 가입 때 얻은 개인정보 1694만건도 보험회사 2곳에 건네 83억원을 챙긴 혐의였다. 1심과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1㎜ 크기의 글씨였지만 이벤트에 응모할 때 적은 개인정보를 활용하겠다는 고지를 고객들에게 한 만큼 불법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사무실에서 손영배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장이 “한국은 개인정보를 빼내서 활용하는 것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볼 뿐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사무실에서 손영배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장이 “한국은 개인정보를 빼내서 활용하는 것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볼 뿐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이 사건은 그러나 지난 7일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고객들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은 ‘1㎜ 깨알고지’는 실질적인 고지로 볼 수 없다며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항소심 공판부터 상고이유서까지 사건을 담당한 손영배(부장검사)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장은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개인정보범죄 재판에 시금석이 될 만한 판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에 들어가 보니 의기양양한 피고인들 앞에서 검사는 법리도 모르는 사람처럼 돼 있었습니다. 심지어 빅데이터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아냥까지 들었습니다.” 직접 공판 검사로 참여한 손 단장은 지난해 다섯 차례 항소심 공판 분위기를 떠올렸다. 서울중앙지법 제422호 법정 안은 온통 홈플러스 직원들로 채워졌고, 판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적군’이었던 셈이다.

직접 공판 검사로 참여해 ‘1㎜ 고지’의 부당성과 홈플러스가 경품 행사를 빙자해 불필요한 개인정보까지 요구한 사실, 기존 회원들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넘긴 행위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1㎜ 글씨를 모두 살피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며 “개인정보를 활용하려면 그 사실을 확실히 인식시켜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게 업체의 의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거짓이나 부정한 수단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금지하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정보 주체에게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당시 홈플러스의 사은 행사는 경품을 보험사가 마련했고 직원들이 경품 추첨을 조작해 고객들이 받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손 단장은 “사실상 보험상품 판매를 위한 행사를 열어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가벌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손 단장은 “우리나라는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인정보를 통째로 빼내 거래하는 것을 빅데이터 시장의 정상적 관행인 양 착각하고 있다”며 “무심코 넘긴 개인정보를 갖고 업체들끼리 1000원, 2000원에 거래하는 행태를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7-04-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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