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천연 항암제’ 콩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천연 항암제’ 콩

입력 2010-08-16 00:00
업데이트 2010-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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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리, 저 서리 많지만 실속으로 따지자면 콩서리도 만만찮습니다. 염천 속 떠꺼머리 개구쟁이들 꼴 베다 지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콩밭 어름 솔그늘에 모여 키득거리며 계략을 꾸밉니다. 계략이 별건가요. 콩밭에서 콩대 후릴 놈, 솔가지 그러모아 군불 지필 놈, 배통아지 드러내 놓고 솔그늘에 누워 빈둥거릴 놈을 낫치기로 정하는 거지요.

서리 콩은 알이 통통하되 깍지가 풋풋하니 덜 여문 게 맛있습니다. 후려 온 콩대를 불집에 그을리면 고소하게 익어 제법 먹을 만합니다. ‘시장할 땐 가래침도 요깃거리’라는데 하물며 콩이라니요. 정신없이 콩을 주워먹다 보면 어느 새 시장기가 가셔, 다들 다시 낫을 거머쥡니다. 콩 덕분에 그 궁핍했던 시절을 견뎌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콩 이거 간단치 않습니다. 쇠고기보다 2배나 많은 콩단백질에는 레시틴이라는 뇌세포 구성물질이 잔뜩 들어있고, 천연 호르몬인 이소플라본도 차고 넘칩니다. 이 이소플라본의 일종인 제니스테인은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정상세포의 활동을 돕는 천연 항암제로 손꼽힙니다.

그뿐입니까. 콩에 많은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고지혈증의 원인인 혈관 속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청소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렇게 보면 버릴 게 없는 콩을 홀대하는 세태가 안타깝기도 합니다. 콩 얘기가 결코 구닥다리는 아닙니다. 웰빙 붐처럼 곧 ‘빈 붐’이 올 수도 있지요. 그러니 된장, 고추장, 간장, 청국장도 모자라 볶아 먹고, 구워 먹고, 졸여 먹고, 삶아 먹는 콩의 오지랖 넓은 헌신을 “아이고, 고맙습니다.”하고 얼른 챙기세요. 애들이 투덜대거든 쥐어박아서라도 먹이고요. 햄버거, 피자가 넘볼 수 없는 게 콩이니까요.

jeshim@seoul.co.kr

2010-08-1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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