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외면, 대학은 무시… 줄 잇는 총학 공백 사태

학생은 외면, 대학은 무시… 줄 잇는 총학 공백 사태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17-04-03 21:50
업데이트 2017-04-03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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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보궐선거 투표율 낮아 무산
서강대 단일후보 서류 미비로 무효
숙대 추천 서명 적어 2년째 공백


“축제 기획뿐”… 총학무용론 대두
도덕성 기준 높아 출마에 부담감
일반대 절반 학생평의원 단 1명


총학생회가 없는 대학들이 줄 이어 나타나고 있다. 회장을 맡겠다고 나서는 학생이 없어 총학생회를 꾸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스펙 쌓기’에 집중하려는 학생들의 태도가 주원인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높아진 도덕적 잣대로 인해 후보로 나서는 것을 기피하거나 학생과 괴리된 운영 때문에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학교 측이 총학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필요성이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8~31일 단일 후보를 두고 보궐선거를 치렀지만 투표율이 29.98%로 선거 성립 기준선(투표율 50%)에 미치지 못해 무산됐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11월 열렸어야 할 제54대 총학 선거에 후보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으면서 치러졌다. 총학 관계자는 “총학생회가 없는 것은 총학생회 설립 5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어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강대는 지난해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일 후보가 출마했지만 서류 미비로 무효 처리됐다. 지난달에 재선거를 했지만 이번엔 후보자가 한 명도 없었다. 숙명여대는 2년째 총학을 꾸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 재선거에 단일 후보가 나왔지만 추천인 서명 수가 모자라 선거 자체가 무산됐다. 한국외대와 서울여대도 후보자를 내지 못했다.

총학이 없는 대학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형식으로 운영된다. 김성은 숙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업이 어렵다 보니 스펙 쌓기 등에 시간이 필요해 상대적으로 총학생회 활동이 저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총학이 이미 학생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분석도 있다. 숙대 재학생 김모(26)씨는 “축제 기획 정도의 역할을 하는 총학이 과연 학생들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피부에 와닿는 공약도 없고 총학 활동에도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처럼 현안마다 임시적이고 자생적인 모임 및 집회가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학내 총학이 필요하냐는 ‘총학 무용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흥캠퍼스 건립을 두고 총학생회 간부들이 153일간 본관 점거 농성을 벌였던 서울대의 경우 일부 단과대 학생회 측이 ‘정치 과잉’이라며 총학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출마 기준이 높아진 것도 후보 부재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 총학생회장을 지낸 A씨는 “1년간 작은 잘못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는데 부담감이 너무 컸다”며 “지난해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과거 성추행 발언이 재조명돼 낙마했고 고려대에서도 총학생회장 탄핵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입후보하기에 더욱 부담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총학 무용론에 대해 학생뿐 아니라 학교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총학을 행정 파트너로 인정할 때 학생들도 관심을 두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일반대학 중 56.6%인 86개 학교는 대학 내 의사결정기구인 대학평의원회에 학생평의원 수를 한 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심의·의결권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총학이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조흥식(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대학정책학회장은 “과거 총학이 과잉 정치화하면서 학교가 학생들을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시키는 경향이 생겼고, 총학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며 “학교가 총학에 걸맞은 권한을 주지 않았고, 학생도 학교가 변화하는 모습을 경험하지 못하면서 총학 후보 부재 사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7-04-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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