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애지중지 기른 두발, 암환자 위해 기부한 해병대 여전사들

30개월 애지중지 기른 두발, 암환자 위해 기부한 해병대 여전사들

이명선 기자
입력 2020-12-16 10:40
수정 2020-12-1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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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2사단 백호여단 조아진·배효경 중사, 소아암 환자용 특수가발 제작·기증단체에 머리털 제공

해병대 2사단 백호여단의 조아진 중사가 소아암 환자를 위해 미용실에서 두발을 자른 모습. 조아진 중사 제공
해병대 2사단 백호여단의 조아진 중사가 소아암 환자를 위해 미용실에서 두발을 자른 모습. 조아진 중사 제공
“2018년 처음 제공한 적 있는데 아픈 소아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2년반 동안 기른 머리털을 한번 더 기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중학생시절 소암아환자인 사촌동생이 치료할 때 병원에 함께 다녔는데, 성인이 돼 어린 암환자들에게 뭘 해줄까 생각하다 두발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소아암 환자를 위해 애지중지 기른 두발을 기부한 경기 김포의 해병대 2사단 백호여단 조아진(27))·배효경(23) 중사는 16일 서울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병2사단에 따르면 대구가 고향으로 군수담당인 두 중사는 지난 11월 소아암 환자용 특수가발 제작·기증단체 ‘어머나(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본부’에 머리털을 전달했다. 어머나 운동본부는 소아암 환자용 특수가발을 제작해 기증하는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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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자를 위해 애지중지 기른 두발을 기부한 해병대 2사단 백호여단 조아진(왼쪽)·배효경 중사. 해병대2사단 제공
소아암 환자를 위해 애지중지 기른 두발을 기부한 해병대 2사단 백호여단 조아진(왼쪽)·배효경 중사. 해병대2사단 제공
항암치료를 받는 소아암 환자들은 머리카락이 빠지는 스트레스 때문에 가발을 착용한다. 이때 가발은 항균 처리된 100% 사람털이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수백만원에 달해 구입비가 만만찮다.

두 중사는 건강한 두발을 기증하기 위해 파머나 염색 같은 미용도 받지 않고 수년간 머리카락을 상하지 않도록 잘 관리했다. 염색·파머 없이 25㎝ 이상 길러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6월 임관한 조 중사는 2년 전 한국백혈병소아암학회에 기증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녀는 “부대 규정상 파머나 염색 등을 금지하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기르는 데 좀만 신경써 관리하면 아픈 소아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30개월 기른 두발을 잘랐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대구집 앞산에서 예비군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멋있는 군인이 되고 싶어 해병대에 입대했다는 조 중사는 합기도 3단, 우슈 1단, 태권도1단 등 총합계 무술 5단을 보유한 유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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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효경(23) 중사가 소아암 환자를 위해 기부한 두발. 배효경 중사 제공
배효경(23) 중사가 소아암 환자를 위해 기부한 두발. 배효경 중사 제공
그녀는 ”배 중사와 함께 같은 부대에서 한마음으로 선행에 참여해 뿌듯하다“며 ”이번이 두 번째 기부인데 앞으로도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부대내 여군들이 함께 두발 기부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2017년 12월 임관한 배 중사는 “친척동생이 중학교시절 소아암 환자였는데 함께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도와주곤 했다”며, “동생이 당시 친구들하고 한창 뛰어놀고 싶은 나이인데 치료받느라 모자쓰며 생활하고 다른 사람들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해 안타까웠다”고 떠올렸다. 그때 어린 암환자들이 생각나 기부하게 됐다고 전했다.

배 중사는 2018년 4월부터 2년 반 넘게 기른 머리털 47㎝를 잘라 쾌척했다.

해병대에 입대한 이유로 그녀는 “숙부님이 해병대 부사관이셨는데 전역 후에도 군인다운 모습과 해병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 군인이 됐다”면서 “소아암 환자들이 힘들고 괴롭겠지만 희망을 갖고 잘 치료받아 더 나은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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