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열이를 살려내라’ 그린 최병수작가 “이한열 모친께 마음 빚”

‘한열이를 살려내라’ 그린 최병수작가 “이한열 모친께 마음 빚”

입력 2017-06-08 14:15
업데이트 2017-06-0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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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이한열 동산에 걸개그림 본뜬 동상…“불행한 역사 잊지 말자”

“작가가 작품으로 말하면 되지 왜 자꾸 인터뷰하자고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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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을 추모하며’
’이한열을 추모하며’ 대형 걸개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로 유명한 최병수 작가가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이한열 동산에 설치된 이한열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동상은 최병수 작가가 이한열 열사 30주기 특별기획전을 기념해 제작했다.
’2017이 1987에게’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특별기획전은 다음 달 8일까지 연세대 백주년기념관과 마포구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연합뉴스
1987년 6월항쟁 당시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를 표현한 예술작품으로는 ‘한열이를 살려내라!’라는 판화가 단연 유명하다.

이 작품을 제작한 최병수(57) 작가는 8일 이 열사 모교인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교정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쑥스러워 하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최 작가는 이한열 열사 30주기를 맞아 연세대 이한열 동산에 이 열사 동상을 세웠다. 높이 3m·폭 1.2m 크기에 쇠로 제작된 동상은 그가 30년 전 만든 대형 걸개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를 본떠 만든 작품이다.

최 작가는 전국에 민주화 열기가 불타오르던 1987년 6월을 회상하며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해 6월 9일 시위에 나선 연세대 2학년 이한열이 최루탄을 맞고 쓰러졌다. 당시 로이터 사진기자 정태원 씨가 그 장면을 포착했다. 동료의 팔에 허리를 잡힌 채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이 열사의 모습이 고스란히 잡혔다. 이틀 뒤인 11일 한 일간지에 실린 사진은 들끓던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정태원 기자의 사진을 봤는데 사진이 주는 충격이 대단했어요. 단순한 선전과 선동이 아니라 비통함, 분노 등 모든 것이 다 담긴 진짜 사진이었죠.”

최 작가는 “한마디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며 사진을 처음 봤을 당시 느낌을 표현했다.

이 열사가 생전 활동한 동아리 ‘만화사랑’과 인연이 있었던 최 작가는 분노를 예술로 표현하고, 예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 그는 이 사진을 판화로 만들어 유족과 학생들의 가슴에 부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밤새워 판화를 찍었다.

‘이 그림을 크게 만들면 어떻겠냐’는 한 여학생 제안에 대형 걸개그림도 찍었다. 가로 7.5m·세로 10m 크기의 대형 광목에 담긴 걸개그림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걸개그림은 이한열 열사 장례를 치를 당시 연세대 중앙도서관에 걸렸고, 2007년 다시 연세대에 등장했다. 다만 현재 연세대 학생회관에 걸린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2006년 제작한 복제품이다.

최 작가가 그린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걸개그림이라는 미술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걸개그림이 대중의 염원을 담은 ‘광장의 미술’로 탈바꿈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정작 최 작가는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았다”고 털어놓았다.

“아들이 저렇게 슬픈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으니 어머니께서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생각했어요.”

최 작가는 ‘한열이를 살려내라!’를 그린 뒤로 8년 동안이나 배 여사에게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했다. “8년 만에 처음 이 열사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을 때 어머니께서 ‘고생하셨네’라는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셨다”고 그는 말했다.

연세대 이한열 동산에 설치된 이한열 동상은 분노보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걸개그림을 본떠 만들었지만, 피를 흘리는 부분을 빼고 몸 사이에 별 모양을 넣었다. 전체적으로 암울했던 분위기는 희석되고, 여전히 슬프지만 따뜻함이 감도는 작품이다.

최 작가는 새 작품에 대해 “우리는 모두 이한열 열사에게 피로 빚을 졌다”며 “그때 거리에 나가 쓰러진 사람은 이한열이었지만, 이한열이 아닌 최병수나 다른 누군가가 희생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이 작품의 외침은 이한열로 상징되는 불행한 역사를 잊지 말자는 다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최 작가는 “역사를 잊은 나라에 미래는 없다”며 “우리가 이한열을 망각하는 순간 잘못된 역사는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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