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세수도 식사도 제대로 못해”…미수습자 가족 ‘길어지는 고통’

“일주일째 세수도 식사도 제대로 못해”…미수습자 가족 ‘길어지는 고통’

최종필 기자
최종필 기자
입력 2017-04-06 22:54
업데이트 2017-04-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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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가 물 위로 올라오면 부식이 심해지는데 육상 이송은 계속 늦어지고, 가슴은 타들어가고…. 미수습자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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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전남 목포 신항만 주변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방에 전기가 들어오도록 한 기술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말린’호는 목포 신항만에 접안 중이다. 목포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6일 전남 목포 신항만 주변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방에 전기가 들어오도록 한 기술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말린’호는 목포 신항만에 접안 중이다.
목포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전남 목포신항에서 6일 만난 권오복(62)씨의 얼굴은 검게 변해 있었다. 권씨는 세월호 육상 거치가 실패로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날 서 있기조차 힘들어했다. 진도 팽목항에 있을 때보다 훨씬 초조하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달 31일 세월호가 거치되는 목포신항에 온 이후 세수를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몸에서 노숙자처럼 냄새도 심하게 난다. 씻는 장소가 마땅치 않다. 부두 안에 마련한 샤워실은 컨테이너 숙소와 100여m 떨어져 있다. 온수가 나오지 않아 찬물로 양치만 하는 정도다. 3일 전부터 공사에 들어가 이마저도 사용할 수 없다. 찬물에 빨래해 전기 패널 위에 올려놓고 말려 입으니 옷에서도 쉰내가 난다.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 중 남자들은 권씨처럼 씻는 걸 포기했다.

여성들은 인근 자원봉사자 숙소에서 겨우 샤워한다. 식당도 마련돼 있지 않아 번번이 시내로 나가야만 한다. 삶은 달걀 등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거나 1.2㎞ 떨어진 외부 지원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선체 인양 작업이 늦어지면서 미수습자 가족들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더 심해지고 있다. 세월호에 있는 가족을 수습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티지만, 처참하게 찌그러진 모습에서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인양돼 육지 가까이에 있지만 매일·매시간 지켜만 보는 게 더 고통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미수습자 가족은 “외부와 차단한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보안구역에서 상황을 지켜만 보니 감옥살이하는 심정이라 답답하다”고 했다.

미수습된 단원고 학생인 다윤양의 아빠 허흥환(53)씨는 “바다에서 육지로 장소만 바뀌고 기다림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며 “육상 거치를 빨리 끝내 선내 수색 작업이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목포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2017-04-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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