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홀로 병석에’…양양 방화 참변 가족의 연이은 불행

’아빠는 홀로 병석에’…양양 방화 참변 가족의 연이은 불행

입력 2015-01-08 21:41
업데이트 2015-01-0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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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쓰러지면서 생활이 어려워져서 난방도 못 하고 전기장판만 켜고 지내더라고. 그래도 애들은 얼마나 애지중지 돌봤는데….”

지난해 12월 29일 강원도 양양군의 한 주택에서 벌어진 방화 사건으로 아내와 세 자녀를 한꺼번에 잃은 남편 이모(44)씨는 현재 홀로 병석에 누워 있다.

이씨는 지난해 4월 강릉에서 교통사고로 당해 의식불명에 빠졌었다.

이씨가 두 달여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난 건 가족의 기도와 정성이 불러온 행운이라고 다들 말했다.

하지만, 그 기적은 사랑하는 가족의 원통한 죽음을 혼자 남아 봐야 하는 비극을 불렀다.

사건 당일 이 씨는 가족과 함께 있지 않았다.

의식 불명에서 깨어나고 나서도 사고 후유증 때문에 뇌병변장애 진단을 받아 거동이 불편했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숨진 아내 박모(39·여)씨는 함께 숨진 큰아들(13), 딸(9), 막내아들(6) 세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서 남편 대신 쉬지 않고 부업을 했다.

식당에 나가거나 마을 농사일을 거들며 일용직으로 생활비를 벌었고, 그나마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겨울로 접어들면서 일거리도 줄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필요한 옷가지나 살림살이는 주변에서 얻어다 썼고, 집은 늘 냉골이었다고 이웃 주민들은 말했다.

가족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늘 미안했던 남편 이씨는 차라리 집에서 나오는 게 아내를 돕는 길이었다.

어머니의 집이 있는 횡성으로 병석을 옮겨 줄곧 요양 생활을 했다.

그래도 강릉지역 병원으로 통원 치료를 받으러 갈 때면 한 번씩 집에 들러서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걸 큰 위안으로 삼았다.

사고 당일인 29일에도 동생의 차를 얻어타고 병원에 가는 길에 집에 들렀다.

크리스마스를 쓸쓸하게 보냈을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속초에 있는 대형할인점에까지 직접 나가 장난감을 사줬다.

뒤늦은 선물이었지만, 마지막 선물이 될 줄은 몰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한꺼번에 잃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아이들에게 장난감도 사주고 모처럼 행복했는데…”라며 충격에 휩싸여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속초경찰서는 8일 양양군 현남면 정자리의 한 주택에 불을 질러 일가족 4명을 숨지게 한 혐의(현존 건조물 방화 치사)로 유력 용의자 이모(41·여)씨를 서울에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 주택 화재로 추정됐던 사건은 숨진 4명의 혈액과 위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고 집 안에서 유증(휘발유) 흔적이 발견돼 방화 살인 사건으로 무게가 실렸다.

이날 용의자로 검거된 이씨는 숨진 박씨와 서로 ‘언니, 동생’으로 부르며 친하게 지내던 사이로, 채무 관계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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