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인터뷰 “선 넘어 로비했다”
서울구치소에 복역 중인 ‘룸살롱의 황제’ 이경백(40)씨가 전·현직 경찰관들에게 돈을 건넨 사실과 관련,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세번째인 유착비리 의혹 수사가 종결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7년과 2010년에도 각각 경찰청 감찰당국은 “이씨의 비호세력을 척결하겠다.”며 날선 조사를 장담했지만 뇌물수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거액의 탈세에 미성년자 등을 고용해 강남 일대에서 13곳의 업소를 운영했지만 이씨는 매번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갔다. “봐주는 세력이 있다.”며 이름이 거론되는 등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이씨의 배후를 캐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2007년에 한 간부급 경찰관과의 유착 사실이 담긴 투서와 사진을 사정당국이 입수했지만 혐의는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팀이 향응 제공 의혹에 연루돼 팀이 와해된 데다 소환조사를 앞두고 경찰 내부에서 자제하라는 지시도 떨어졌다.
이후 이씨가 탈세 혐의 등으로 경찰에 덜미가 잡혀 다시 유착비리 관련 조사를 받았지만 이때도 뇌물 수수자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 조사 리스트에 올랐던 인물과 현재 거론되는 인물의 일부는 일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씨가 검찰에 자진소환을 요청하는 등 수사당국에 협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세번만에(유착비리)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이씨의 측근인 A씨는 18일 서울 강남의 모 음식점에서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이씨가 검찰, 경찰, 법원, 구청 등 로비를 안 한 데가 없다.”면서 “전·현직 경찰 20~30명이 거론되는데 그보다 더 많다. 100여명 정도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유흥업소 업주들 사이에 통용되는 로비의 ‘선’이 있지만 이경백씨는 그 선을 넘으면서까지 심하게 로비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05년부터 서울 강남 일대 룸살롱에서 매니저로 일해 오며 이씨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는 선릉·역삼·강남·논현·신사 등 강남 일대에서 룸살롱을 운영해 이씨가 이미 강남 룸사롬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때다.
A씨는 “당시 강남경찰서를 거쳐 간 경찰 중 돈을 받지 않은 경찰이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고, 서초경찰서·시울지방경찰청·검찰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로비했다.”면서 “매달 일정 금액을 상납했고, 억(億) 단위까지 받은 경찰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지난해 7월 구속되기 전 자기가 위험해질지도 모른다고 느껴 ‘상납 장부’를 다 작성해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의 검찰조사 협조와 관련, “이씨는 경찰이 돈만 받아먹고 자기 뒤는 제대로 안 봐준 데 대해 화가 나 검찰에 ‘뇌물 경찰’들을 불겠다고 하는 것”이라면서 “상황을 보면 이씨는 이미 검찰에 죄다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배경헌·홍인기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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