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도男보다 찌질男이 대세?

까도男보다 찌질男이 대세?

입력 2011-01-22 00:00
업데이트 2011-01-22 00:4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비판사회학회 워크숍 ‘남성性’ 분석 “88만원 세대 낳은 현 세태 반감 표출”

TV 드라마가 아무리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을 생산해도 현실에서는 ‘찌질남’이 더 대세다. 바보 남성을 내세운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KBS 개그콘서트의 ‘남성인권보장위원회’와 ‘두분 토론’ 등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서다.

이미지 확대


21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열린 비판사회학회의 동계 워크숍 ‘드디어 남성을 말하다’가 시선을 끄는 이유다.

서울대에서 여성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안상욱씨는 ‘루저 문화의 등장과 남성성의 변화’라는 논문에서 ‘찌질남’ 혹은 ‘루저남’으로 대변되는 패배적이고 염세적인 얘기가 왜 생겨나고 어떻게 소통되는지에 주목한다.

그가 드는 가장 큰 요인은 경기 불황이다. 1인 생계 부양자로서의 위치가 흔들리면서 남성의 위치 자체가 농담거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가수 장기하가 ‘장기하와 얼굴들’ 이전에 결성한 밴드는 ‘청년 실업’이다. MBC ‘무한도전’은 아예 ‘멍청한 남자들의 성장기’를 컨셉트로 출발했다. KBS ‘두분 토론’에 등장하는 남자는 “여자는 소나 키우라.”고 고압적으로 일갈하지만 표정이 괴상하게 일그러져 있다. 스스로도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다루는 주제는 한마디로 ‘마초적’(남성 우월적)인데 표현 방식은 “폭력적이기보다 귀엽고 재미있는, 그래서 수용 가능한 형태”라는 게 안씨의 분석이다. 그는 이를 ‘88만원 세대’의 특징으로 간주한다. 안씨는 “한국 사회에 남성 권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사회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남성 수가 많아지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어릴 적부터 여성 우월 문화를 꾸준히 접해 와, 옛 남성들이 가진 그런 권력을 가져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기성세대처럼 ‘꼰대짓’ 할 가능성조차 사라진 젊은이들의 자조적 웃음이 바로 요즘의 루저 문화를 양산해 냈다는 진단이다. 우리 사회가 남성성의 변화 과정을 돌아봐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01-22 12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