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덮친 화마…1년만에 ‘쥐꼬리 보상’

쪽방 덮친 화마…1년만에 ‘쥐꼬리 보상’

입력 2011-01-20 00:00
업데이트 2011-01-2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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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찾은 서울 용산구 갈월동의 한 3층 벽돌 다세대주택.

 쪽방 50여 가구가 모여있는 이 건물 슬레이트 지붕은 군데군데 그을렸고 외벽에 매달린 전기계량기에도 그을음이 남아 있었다.

 지난해 1월27일 이 건물과 3m 떨어진 모델하우스 신축 공사장에 큰불이 나면서 남은 흔적이다.

 당시 화재로 건물 외벽이 열기를 받아 창문이 녹았고,화재 진압을 위해 쏜 물대포로 슬레이트 지붕이 깨지며 외벽에 물기가 스미는 등 건물이 심하게 훼손됐다.

 쪽방 주민 지원단체인 ‘동자동사랑방’과 용산구청 등에 따르면 이 건물 주민 57명은 모델하우스 시공사인 E업체로부터 화재 발생 후 약 1년이 지난 이달 초에야 약간의 위로금을 지급받았다.

 가구당 55만~140만원 가량이 지급됐는데 이는 1인당 약 5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E업체는 지붕 수리금 지급도 약속한 상태다.

 주민 과실로 일어난 화재가 아니었음에도 보상 처리가 늦어진 것은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기 때문.

 E사가 가입한 배상보험은 화재로 제3자에게 피해를 줘도 보험금을 지급할수 있게끔 돼 있지만,명확하게 화재 원인을 밝혀야 한다는 약관 조항이 문제였다.

 회사측이 ‘보험금이 나오지 않아 보상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구청에서도 ‘민사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긋는 사이 주민 2명이 노환으로 숨지기도 했다.

 동자동사랑방의 엄병천 대표는 ”당초 주민들은 1인당 100만원 정도의 보상금을 요구했고,보상금 액수에 불만족한 주민도 많았지만 계속 시간을 끌 수가 없었다“며 ”지금 나온 보상금은 1년동안 끈질기게 요구해서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낡은 건물이 크게 훼손돼 안전 조치를 함께해달라고 구청에 요구했는데 사유재산이라며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며 ”가난한 사람들이 점점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940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용산구청으로부터 ‘주요 재료에 균열이 있고 철근이 심하게 부식되는 등 붕괴 위험이 있다’며 ‘E급 재난위험시설’ 판정받았다.

 이 건물 복도에서 만난 주민 이모(58)씨는 ”슬레이트가 날아가고 새시가 박살 날 정도였다.그때 겪은 고충에 비하면 보상금 액수가 너무 적다“며 ”정부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 안전을 생각하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김모(34)씨도 ”지금도 장마철이 되면 지붕에서 물이 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구청 관계자는 ”개인주택이라 구청에서 지급할 근거가 없다.업체에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며 ”안전 문제도 건축주들에게 건물 수리를 독촉할 수만 있을 뿐 구청에서 이행을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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