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상대로 소송’…40년만에 姓 되찾은 사연

‘자기 상대로 소송’…40년만에 姓 되찾은 사연

입력 2010-09-26 00:00
업데이트 2010-09-2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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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동본 배우자와 ‘금지된 결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성(姓)을 바꿨던 한 노인이 자기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내 40년 만에 원래 성(姓)을 되찾아 마음의 큰 짐을 덜었다.

2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70대 여성 김모씨는 1969년 자신과 동성동본인 경주 김씨 남성과 결혼을 하려다가 당시 민법의 동성동본 금혼 규정에 발목을 잡혔다.

궁리 끝에 김씨는 자신이 예비 시어머니의 지인인 박모씨의 딸인 것처럼 출생신고를 해 가공의 인물인 ‘박OO’로 신분을 바꾸고 이듬해 새 이름으로 혼례를 올렸다.

어렵사리 결혼에 성공했지만 김씨는 최근 나이가 들어 상속문제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면서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살아서는 이중 호적으로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이 없었지만,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박OO’ 이름의 가짜 호적에 신고된 자녀가 유산을 제대로 상속받지 못할 것이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상속을 둘러싼 법적 문제를 우려한 김씨는 지난해 5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고자 ‘박OO’ 이름의 가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명의상 부모와 자신 사이에는 친생자 관계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1심에서 피고가 원고와 동일인 또는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각하 판결이 내려진 데 이어 2심에서도 항소 기각이 예상됐지만, 공단 측은 기각을 하더라도 김씨의 이름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판결 이유에 적시해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의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재판부에 강력히 호소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하면서도 공단의 요청대로 판결문에 가공의 인물 ‘박OO’가 탄생한 과정을 설명한 뒤 “김씨의 문제는 법원 선고가 아니라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부연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덕분에 김씨는 올해 2월 ‘박OO’ 명의로 된 가짜 가족관계등록부를 폐쇄하고 여기에 올라있던 자녀를 모두 자신의 실명으로 된 진짜 가족관계등록부로 옮겨 40년 만에 꼬였던 매듭을 풀 수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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