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용사 기념공원서 공식 제막
카투사 포함 4만여명 이름 공개
“북한, 이제 유해라도 찾게 해주길”
“카투사 부친 혼 풀어드린 것 같아”
바이든 “美, 韓과 나란히 서 있을 것”

국가보훈처 제공

미국을 방문 중인 박민식(왼쪽) 국가보훈처장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전쟁포로·실종·전사 유가족 추모행사에 참석해 카투사 전사자 한상순씨의 아들 신희씨와 함께 추모의 벽에 탁본을 뜨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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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은 제막식 전날인 26일에 300여명의 유족을 대상으로 미군 전사자 4만 3808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 공개 행사를 열었다.

워싱턴 연합뉴스

워싱턴에 세운 한국전 ‘추모의 벽’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건립된 ‘추모의 벽’을 26일(현지시간) 찾은 방문객이 벽에 새겨진 전사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있다. 높이 1m, 둘레 130m의 화강암 판에는 알파벳순으로 한국전쟁 때 전사한 미군·카투사 4만 3808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워싱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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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에서 실종된 오빠를 추모하러 온 저넷 토너 셀버그(71)는 조지프 토너 셀버그라는 이름을 발견한 뒤 “이제 이곳은 내게 (오빠의) 묘소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조지프는 열아홉 살이었던 1950년 11월 26일 거대 중공군 병력에 맞서 싸운 ‘청천강 전투’에 나갔다가 행방불명됐고 이후 전사 처리됐다. 저넷은 오빠의 사진과 실종 장소, ‘결코 잊지 말라’(Never Forget)는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는 “북한이 유해라도 찾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한국전 참전 미군은 7534명이다.
한신희(72)씨도 추모의 벽에서 아버지 이름인 ‘SANG SUN HAN’(한상순)을 찾았다. 그는 “아버지의 혼을 풀어 드린 것 같아 감사하다”고 했다. 이곳 전사자 명단에는 카투사(주한미군 배속 한국군) 소속 7174명이 포함돼 있다. 미군 제7사단 17연대에서 복무한 아버지 한씨는 1952년 7월 경기 연천 천덕산 ‘포크촙힐 고지 탈환 전투’에서 중공군의 포탄에 전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박민식 보훈처장이 대독한 제막식 축사에서 “여러분은 대한민국을 지켜 낸 자유의 수호자이자 진정한 영웅”이라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여러분의 희생 위에 우뚝 세워진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히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부통령의 남편인 ‘세컨드젠틀맨’ 더그 엠호프가 대신 참석해 읽은 축사에서 “추모의 벽은 미국이 한국과 나란히 서 있겠다는 약속을 구체적이고 영원히 상기시켜주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계속 한국과 나란히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의 벽은 2차 세계대전·베트남전 참전비와 달리 한국전 기념비에는 전사자 이름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2008년 추진 사업이 시작돼 총 14년 만에 끝을 맺게 됐다.
2022-07-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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