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0] 열쇠 쥔 호남·TK의 선택은…‘몰표’ 관행 깨지나

[대선 D-30] 열쇠 쥔 호남·TK의 선택은…‘몰표’ 관행 깨지나

입력 2017-04-09 10:29
업데이트 2017-04-0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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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 잃은 TK 표심…反文 기치로 안철수 ‘전략적 선택’ 가능성호남은 文·安으로 양분 구도…막판 한쪽으로 쏠릴 수도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장미 대선’에서 지역별 투표성향이 기존 대선과 달리 드러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대선 때마다 ‘극과 극’으로 갈렸던 대구·경북(TK)과 호남의 표심이 요동을 치면서 고질적인 동서 지역주의 표 대결구도에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이런 ‘텃밭의 이변’은 야권으로 크게 기울어진 판세에 따른 것이다. TK에 근거한 보수층 표심은 같은 성향의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고,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야권 지지자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더 나은 야당 후보가 누구인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최근 지지율이 급등하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과 ‘양강구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정치적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양강구도를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지역이 호남과 TK다. 탄핵 정국을 거치며 문 후보를 포함한 민주당 대선주자들에게로 쏠렸던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 경선을 계기로 문 후보와 안 후보로 양분되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대선에서 야권 후보 한 명에게 표를 몰아줬던 호남에서 유력 본선 후보 두 명을 놓고 표가 나뉘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4∼6일 전국 유권자 1천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7일 발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호남 지지율은 문 후보가 52%였고, 안 후보가 38%였다.

국민의당 호남 경선(3월 25∼26일) 직전인 24일 발표된 같은 조사에서 안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17%에 불과했다. 2주 만에 2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본선 경쟁력이 높은 야권 후보에게로 전략적 투표 성향을 보이던 호남 민심이 정권교체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야권의 두 후보를 놓고 고민에 빠진 셈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측 모두 호남 민심을 놓고 서로 바닥 민심은 자기편으로 기울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문 후보가 안 후보에 앞선 채 각축전을 벌이는 국면이지만, 대선 막판에는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수의 심장인 TK 역시 호남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 정당에 표를 몰아줬지만, 표가 분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야권의 안 후보가 TK에서 선두로 급부상하며 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안 후보의 TK 지지율은 38%로 문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이상 15%),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14%)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TK가 안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홍 후보와 유 후보 등 두 명의 보수 주자가 힘을 합쳐도 당선이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TK가 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안 후보를 밀 수 있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주장이다.

이런 결과를 두고 홍 후보와 유 후보 측은 지금은 탄핵 여파와 보수 정당의 분열로 일시적으로 안 후보에 지지율이 쏠리고 있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보수·우파가 다시 결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두 후보 모두 TK를 부지런히 오가며 자신을 진정한 ‘보수의 대표’로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과 안 후보를 “민주당 2중대”, “보수 코스프레”, “박지원의 각본에 춤추는 인형”이라고 비판하는 등 안 후보가 ‘진짜 보수’가 아니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두 후보의 바람과 달리 선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안 후보에게 쏠린 TK 표심을 되찾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TK 유권자들도 안 후보를 ‘진짜 보수’로 보고 있지 않으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막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하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보수 유권자에게는 보수의 가치를 누가 더 잘 구현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보수층은 안철수를 징검다리로 생각하고 지금 당장은 문재인에게 정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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