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톡톡 다시읽기] 체르니셰프스키와 레닌

[고전톡톡 다시읽기] 체르니셰프스키와 레닌

입력 2011-01-17 00:00
업데이트 2011-01-17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9세기 중반 러시아. 구체제는 각종 모순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차르는 토지개혁령을 시행하지만, 그것은 도리어 민중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아버지 세대는 부르주아적 삶의 양식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그 역시 이미 유럽 각국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니콜라이 체르니셰프스키(Nikolai Chernyshevskii, 1828~1889)는 이 시대적 질문과 온몸으로 대결한 러시아의 작가였다.

이미지 확대
체르니셰프스키는 생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낸다. 그의 나이 서른 다섯, 잡지에 기고한 글들이 지주들의 반발을 사 그만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그 후로 약 20여년을 감옥과 시베리아의 유배지를 전전하다 세상을 떠났다. 노래와 춤으로 가득한 한편의 연애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왼쪽·1863)는 바로 그 감옥에서 완성된 작품이다.

일개 연애소설이 일으킨 사회적 반향은 의외로 엄청났다. 주인공들을 따라 수많은 청년들이 안정된 삶을 박차고 집을 나왔고, 곳곳에서 각종 생활 공동체가 조직되었다. 그리고 약 40년 후, 1917년 러시아 혁명의 대명사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역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만난다. 그는 이 소설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자신이 쓴 정치 팸플릿에 같은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을 연결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제국주의의 타도를 외치는 혁명가, 그리고 감옥에서 연애 소설을 쓴 작가. 더군다나 계급투쟁과 전투적 당의 창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오른쪽)는 청년들의 사랑과 결혼을 골자로 하는 체르니셰프스키의 소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레닌은 체르니셰프스키의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말한다. ‘체르니셰프스키의 가장 위대한 공적은 올바른 마음가짐을 지닌 진지한 사람은 누구나 다 혁명가라는 것을 보여 준 것’ 이라고. 수인의 몸으로 연애소설을 쓴 체르니셰프스키도 대단하지만 거기서 혁명을 읽어낸 레닌 역시 대단할 따름이다.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2011-01-17 2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