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영 EBS ‘명의’
이런 병원이 있다. 진료비는 무조건 10%만 받는다. 환자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무료 진료와 무료 수술도 가능하다. 가령 전신 화상 치료를 받은 5살 여자아이는 치료비로 200원을 내놨다. 비싼 병원비에 질린 사람들에게는 솔깃한 이야기.방글라데시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 박무열 원장.
꼬람똘라 병원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곽에 위치한 병원. 저개발국이 으레 그렇듯 방글라데시 사람들도 웬만큼 아픈 것은 다 참고 산다. 그러나 이 병원만큼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친절한 한국 의사들 때문이다.
한국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을 한국 의사들이 왜 이곳에까지 날아왔을까. 이석로 전 원장과 박무열 현 원장, 두 의사를 통해 얘기를 들어본다.
이 전 원장은 17년째, 박 원장은 8년째 봉사 중이다. 그런데 이 전 원장은 ‘봉사’라는 말 자체를 끔찍이 싫어한다. 더 가진 것을 나누고 덜 가진 것을 채워줄 뿐인데 그걸 남에게 뭘 해주는 것처럼 하는 게 싫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이 전 원장은 치료와 진료 못지않게 비중을 두는 게 따로 있다. 어르고 달래고 충고하고 따끔하게 혼내고, 주민들과 부대끼며 인생 상담까지 하는 것이다. 가끔 나는 왜 아직도 방글라데시에 머무는가 하고 의문이 들지만.
박 원장은 처음부터 거창한 뜻을 품었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방글라데시에 들렀다가 어떻게 하다 보니 의사로 눌러앉아 버렸다고 말한다. 봉사가 좋아서? 아니다. 박 원장은 없는 가운데서도 서로 의지하면서 만족해할 줄 아는 이곳 사람들에게 반했다. 그래서 박 원장은 자신이 봉사하는 게 아니라, 이곳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자신이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두 의사는 가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나는 왜 방글라데시를 떠나지 못하는가. 의사가 진정으로 필요한 곳에 머무는 것, 그게 의사의 당연한 책임이 아니냐는 대답이 나온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0-10-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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