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봉 ‘내 깡패 같은 애인’으로 컴백 박중훈

20일 개봉 ‘내 깡패 같은 애인’으로 컴백 박중훈

입력 2010-05-18 00:00
업데이트 2010-05-18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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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 건달 코믹연기? 웃음많은 휴먼 무비!”

박중훈(44)은 역시 간단치 않은 배우였다. 그는 기자가 궁금해하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말 사이에서 묘하게 균형을 잡아갔다. 25년간 40편의 영화에서 쌓은 공력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새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20일 개봉)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그를 지난 12일 서울 태평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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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박중훈.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이번 영화에서 제대로 웃긴 것 같다. 솔직히 최근 몇몇 코미디 영화에서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한 적도 있지 않았나. 예전의 감을 되찾은 것인가.

-이 영화가 꼭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단지 웃음이 많은 휴먼, 액션, 멜로 영화다.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지만, 영화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시나리오가 워낙 탄탄했다. 의미와 재미를 잘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

→극중에서 삼류 건달 동철(박중훈)이 분식집에서 여학생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고함을 지르거나 옆집 사는 취업준비생 세진(정유미)에게 라면값까지 받아내는 장면에서 코믹 연기가 압권이다.

-이번에 짧은 머리에 수염을 기르고, 얼굴도 태우는 등 일단 외양에서 신선함을 주려고 노력했다. 연기가 좀 차지지 않은가.(웃음) 동철은 이 시대의 ‘루저’이자 아웃사이더이다. 현실에서 엘리트들이 권력을 잡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 아닌가. 이 영화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들의 이야기다. ‘주변인 정서’가 공감을 산 것 같다.

→그러나 영화 속 동철과 달리 실제 박중훈은 ‘주류’의 삶을 살아 오지 않았나. 20대에 청춘스타 반열에 올라 일찍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 안 좋은 점도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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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대 때 겸손함과 배려심을 배우고, 중년이 되면 패기와 에너지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며 사는 것이 보통의 삶이다. 요즘엔 10대 때 스타가 되는 친구들도 많은데, 어릴 때 먼저 빛을 봤다는 것은 나중에 그만큼 그림자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충무로의 대표배우로서 위기가 있을 때마다 ‘인정사정 볼것 없다’(1999), ‘라디오스타’(2006) 등 작품으로 돌파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위기는 언제였나.

-출연한 영화가 연달아 흥행에 실패할 때 특히 힘들었다. 내 얼굴로 연기한 영화란 상품을 팔면서 결과가 부진할 때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오가면서 성패에 흔들리지 않는 굳은살이 박였고, 노하우도 생겼다.

→위기를 극복한 ‘박중훈식 노하우’는 어떤 것인가.

-잘될 때 기고만장하면 안 되고, 안 될 때 당황하지 않는 ‘평정심’이다. 인생이라는 게 순류와 역류가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앞으로 나가야 할 순류일 때 헤엄을 치지 않고, 가만히 버텨야 할 역류일 때 발버둥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아직 멀었다. 마흔 언저리쯤 돼서야 깨달았다.

→‘박중훈쇼’를 진행할 때도 그렇고, 여러 토크쇼 게스트로 나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비유와 상징에 능한 ‘달변가’ 스타일이다. 비결이 따로 있나.

-배우는 사람을 연기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평상시에 사람에 대한 성찰을 많이 하는 편이다. 부모님의 권유로 신문을 25년 넘게 꾸준히 읽었다. 시각이 다른 여러 신문을 비교해 가며 읽다 보니 이젠 스스로 균형을 잡고, 편집자로 기사를 조합해 볼 수 있는 능력까지 생겼다.

→정치나 시사에 대한 관심은 신문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인가. 지난 총선 때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했는데.

-정치는 좋든 싫든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 대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이 크고 바르게 사는 것 같아서 도왔던 것이다. 그러나 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지, 그가 속한 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성 차원에서 정치계에 그런 사람이 한 명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3만명의 팔로워(추종자)를 거느린 ‘트위터 스타’로서 정치권 진출을 염두에 두고 ‘표밭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단언컨대, 난 정치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냥 3만명과 수다 떠는 것을 즐길 뿐이다. 트위터는 우월적인 지위 없이 누구나 140자 주어진 공간에서 소통한다. 그 광장에서 여과없이 대중에게 내 얘기가 전달되고, 그들의 충언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이 좋다.

→‘박중훈쇼’ 진행 때 톱스타들의 잇단 출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인맥 관리에 탁월한 것 같다. 인정 많은 휴머니스트 같기도 하고, 자기 관리에 엄격한 스타일 같기도 하고….

-휴머니스트라는 말을 좋아한다. 성공에 여러가지 항목이 있겠지만. 요즘 같은 세상엔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관계의 표현이고, 캐릭터도 관계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번을 만나도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고, 늘 따뜻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다.

→영화 속에서 단련된 근육을 자랑하던데 항상 젊게 사는 비결이 뭔가.

-이성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물론 실행에 옮기지 않지만. (웃음) 세상엔 음과 양의 기운이 항상 존재하는데, 배우들은 동성이나 이성에 대한 긴장을 늦추는 순간, 매력을 잃는다고 생각한다.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내년쯤에 사람 사는 얘기를 다룬 영화로 데뷔할 생각이다. 4~5년 전부터 꿈꿔왔던 일이다.

자신에게 있어 “영화는 종교”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박중훈. 배우는 타인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선(善)해야 한다는 그의 연기관은 요즘 후배들이 새겨들어야 할 덕목인 듯싶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10-05-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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