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특파원 블로그] 사드로 갈라진 북경 유학생들의 슬픈 자화상

[World 특파원 블로그] 사드로 갈라진 북경 유학생들의 슬픈 자화상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04-07 00:52
업데이트 2017-04-07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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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한국유학생회는 지난 4일 비상 총회를 개최했다. 안건은 북경총한국학생회연합(북총) 탈퇴 찬반 투표였다. 15개 학과 대표자가 참석했다. 찬성 14, 기권 1, 반대 0으로 탈퇴를 결정했다. 같은 날 칭화대 한국유학생회도 과 대표들의 만장일치로 북총 탈퇴를 결의했다.

북총은 한총련과 같은 학생운동 조직이 아니다. 베이징 지역 22개 대학의 한인학생회가 1992년 정보 교류와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회원이 2만명에 이른다.

친목 모임인 북총에서 최근 노선 갈등이 불거졌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었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날로 심각해지고 학생과 교민의 신변 안전이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상황이어서 논쟁은 팍팍하게 진행됐다.

북총 지도부는 지난달 25일 정기총회 안건으로 ‘사드 반대 서명운동’을 올렸다. 사드를 둘러싼 정치적 입장을 떠나 학생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베이징대 대표 등은 “중국 대학이 요구하는 학생 조직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어긋나고 신변 안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결국 표결을 해야 했다. 12개 학교가 찬성했다. 베이징대, 칭화대, 베이징어언대 등 3개 대학이 반대했다. 인민대는 기권했다. 집행부가 가결을 선포하고 북총의 이름으로 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 학생회는 대학생 대표 조직인 북총의 이름으로 서명운동을 하면 서명에 반대하는 학생까지 찬성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북총 탈퇴를 결정하고 학과 대표 투표를 통해 이를 의결했다. 베이징대 학생회는 “서명을 그 누구에게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와 칭화대가 빠지자 서명운동은 풀이 죽었다. 북청 자체의 존립도 위태로워졌다. 반목이 심해져 외부 세력 개입설까지 나오고 있다. 특정 세력의 사주를 받은 이들이 사드 반대 서명운동을 기획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사드가 갈라놓은 중국 내 한국 유학생의 슬픈 자화상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4-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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