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도 1.2도 상승에 파키스탄 강우량 75% 늘어”

“지구 온도 1.2도 상승에 파키스탄 강우량 75% 늘어”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22-09-16 15:26
업데이트 2022-09-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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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도 높아지자 파키스탄 몬순 강우량 증가” 다국적 연구팀 보고서
파키스탄 홍수 사망자 1500명 … 수인성 질병까지

25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 주의 자프라바드에서 한 여성이 홍수 피해를 입은 집에서 쓸 수 있는 물건들을 건져내기 위해 여행용 가방을 물 위로 옮기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올 석달 가까이 이어진 폭우로 큰 피해를 입자 국제 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자프라바드 AP 뉴시스
25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 주의 자프라바드에서 한 여성이 홍수 피해를 입은 집에서 쓸 수 있는 물건들을 건져내기 위해 여행용 가방을 물 위로 옮기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올 석달 가까이 이어진 폭우로 큰 피해를 입자 국제 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자프라바드 AP 뉴시스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150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키스탄의 홍수가 지구 온난화가 낳은 재앙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 평균 온도가 1.2도 상승하는 동안 파키스탄 일부 지역의 강우량이 75% 이상 증가했다는 주장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이 중저소득국을 덮치면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국적 연구진 “지구 온난화로 파키스탄 몬순 강우량 증가”
15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세계의 기후 변화를 연구해온 다국적 과학자 단체인 세계 기상 귀인(WWA)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기후 변화가 파키스탄의 몬순 강우량의 극심한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파키스탄과 인도, 네덜란드, 프랑스, 덴마크 등 다국적 과학자들은 인더스 강 유역과 이번 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신드주(州) 및 발루치스탄 주의 6~9월 강수량을 180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기후 데이터와 함께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이 신드주와 발루치스탄 주의 6~9월 사이 5일간의 최대 강우량을 분석한 결과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1.2도 상승하는 사이 강수량이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사회가 논의하는 지구 온난화의 마지노선인 ‘지구 평균 온도 2도 상승’이 현실화됐을 경우 파키스탄의 몬순 강우량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인더스 강 유역의 6~9월 사이 60일간의 최대 강우량은 지구 온도가 1.2도 상승하기 이전보다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인더스 강 유역의 몬순 강우량은 해마다 변동이 커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에 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하면서 지난 3개월간 1100여명이 숨지고 13조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파키스탄 신드주 시카르푸르에서 이재민 가족의 한 어린이가 마른 땅에 앉아 있는 모습. 2022.8.30 AFP 연합뉴스
파키스탄에 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하면서 지난 3개월간 1100여명이 숨지고 13조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파키스탄 신드주 시카르푸르에서 이재민 가족의 한 어린이가 마른 땅에 앉아 있는 모습. 2022.8.30 AFP 연합뉴스
연구에 참여한 파키스탄 기후변화 지속가능개발센터의 파하드 시드 연구원은 “기후 변화로 폭염이 30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극심한 폭염 등 극단적인 기후에 파키스탄이 취약하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이번 홍수”라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그랜섬 연구소의 프리데리케 오토 박사는 “파키스탄의 극단적인 홍수는 수년 동안 예측돼 온 것”이라면서 “앞으로의 기후 온난화가 이 지역의 폭우를 더욱 극심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은 지난 석달간의 몬순 기간 동안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는 최악의 홍수를 겪고 있다. 파키스탄 당국에 따르면 홍수로 인한 사망자는 15일까지 약 1500만명으로 집계됐으며 인구 2억 2000만명의 국가에서 3300만명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 주택이 물에 잠기고 도로 등 인프라가 산사태로 무너져 외딴 마을들은 고립된 상태다. 식량과 의약품은 물론 식수조차 구하기 어려운데다 뎅기열과 콜레라, 말라리아 등 수인성 질병까지 퍼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주요국 책임론”
이번 홍수가 기후 변화가 불러온 재앙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국제사회의 책임을 추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2.7%를 차지하는 파키스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전체의 0.6%에 그친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는 중국(32.5%)과 미국(12.6%) 등 주요국이다. 그럼에도 ‘기후 악당’인 주요국들이 파키스탄 등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받는 중저소득국에 대한 원조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국제사회의 관심과 원조가 우크라이나에 쏠리면서 기후 변화와 식량난 등을 겪는 중저소득국의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아이샤 시디키 박사는 미 CNN에 “영국의 경우 파키스탄에 대해 150만 파운드(24억원)의 원조를 제공했는데 이는 우스운 수준”이라면서 “서방의 주요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며 기후위기의 피해를 입은 국가들에 대한 원조에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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