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늘 생각했다는 트럼프 “안 일어난다고 믿는게 멍청해”

핵전쟁 늘 생각했다는 트럼프 “안 일어난다고 믿는게 멍청해”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17-04-03 22:52
업데이트 2017-04-04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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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 인터뷰 재조명 눈길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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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북핵 위협 제거를 위한 단독 액션을 취할 것임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관세·환율 등 중국과의 무역 문제를 유인책으로 쓸 뜻도 분명히 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접근법이다. 과연 말에 그칠 것인지, 행동으로 이어질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동맹국이 항상 잘한 건 아냐”

그는 보이는 것과는 달리 ‘말’에 상당한 일관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990년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와 가진 장문의 인터뷰가 뒤늦게 재조명된 것은 그의 말과 생각, 스타일의 일관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려면 (당시) 플레이보이를 읽으라”는 한 미국 언론의 지적은 적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 이를 정독한 것으로 전해진다.

27년 전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로 미뤄 볼 때 북핵과 관련, 그가 FT에 ‘단독 액션 불사’를 암시한 게 적어도 즉흥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먼저 ‘핵전쟁’을 언급했다. ‘대통령이 된다면 미래에 대한 장기적 관점은 무엇이겠느냐’고 묻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나는 종종 핵전쟁을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인 재앙이고 가장 큰 문제지만 아무도 세밀하게 집중하지 않는다. 핵전쟁에 대해 늘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핵은 극단적인 재난이며 가장 큰 문제”라면서도 “핵이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게 가장 멍청하다. 너무 파괴적이어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거라는 건 한심한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그의 일관성은 ‘동맹’에 대한 시각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는 당시 “미국이 동맹국이라 불리는 일본이나 서독,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등과 같은 나라의 호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FT와의 인터뷰에서도 “동맹을 믿고 파트너십이라는 것도 믿지만 동맹이 항상 우리에게 잘해 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역 문제도 마찬가지다. 1990년에 “대통령이 되면 미국에서 달리는 모든 (독일산) 벤츠와 일본산 제품에 세금을 물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중국에 더이상 불공정한 무역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겠다”며 구체적 대상만 바꿨을 뿐이다. 그는 지금 세계의 모든 주요 무역 거래 대상국을 상대로 당시의 생각을 현실화하고 있다. 세금 부과 언급은 ‘백악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할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것이었다. 이 일을 첫 번째로 하지는 않았지만 취임 초기부터 추진하고 있는 일임은 분명하다.

어떤 대목에서는 언제 언급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없을 만큼 시간을 초월한 일치된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철저히 군사적 본때를 보여 주고 완벽한 무기를 갖춰야 한다”(1990년)고 한 것이 그렇다. ‘미국 최우선’ 역시 그의 오래된 신념이다. FT는 이번 인터뷰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블러핑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은 충분히 길게 대화했다”고 강조했고, “나는 내가 하려는 일을 얘기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무엇’(what)과 ‘언제’(when) 등 주요한 요소들은 빼고 언급해 왔다. 이번에도 북한 문제와 관련, ‘무엇을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나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지나간 일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고문은 최근 웨스트윙에 상황실(War room)을 만들었다. 그곳에는 커다란 화이트보드에 대선 공약이 빽빽하게 적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 모두 실현될지는 아직 모른다.

●“상대 최대치 만큼 밀어붙여”

다만 1990년의 인터뷰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만약에 상대방을 지나치게 밀어붙여 거래를 잃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는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상대방이 버틸 수 있는 최대치만큼만 밀어붙인다. 그리고 그가 얻을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가 북한과 중국에 대해,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 대해, 한국과 일본 등 주요 무역국에 대해 어디까지 밀어붙일 것인지 주목된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7-04-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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