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사전 작업 없이 ‘24시간’ 짧은 만남… “판돈 많은 위험한 회담”

[美·中 정상회담] 사전 작업 없이 ‘24시간’ 짧은 만남… “판돈 많은 위험한 회담”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04-06 18:08
업데이트 2017-04-0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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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닉슨 - 마오쩌둥 만남 전 키신저 비밀 방중·탁구경기 열려

‘원포인트 회담’ 양국 모두 처음
회담 날짜 일주일 전에야 공개
“성명 낼지 말지, 내용 합의 못해”
실패할 땐 양국 정상 상당한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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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국왕 부부 환영하는 트럼프
요르단 국왕 부부 환영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차량을 타고 도착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부부와 함께 사진기자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멜라니아,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 압둘라 2세 국왕.
워싱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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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대표팀 훈련복 선물받은 시진핑
핀란드 대표팀 훈련복 선물받은 시진핑 핀란드를 공식 방문 중인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5일(현지시간)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부인 펑리위안(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핀란드 노르딕 스키 국가대표 선수인 마티 하이키넨(왼쪽)으로부터 훈련복을 선물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헬싱키 AP 연합뉴스
1972년 2월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주석이 만났다. 중병을 앓는 마오의 건강을 고려해 면담 시간을 15분으로 정했으나 대화는 1시간 넘게 이어졌다. 7일 뒤 닉슨 대통령은 항저우에서 저우언라이 총리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천명한 ‘상하이 코뮈니케’를 발표했다. 첫 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헨리 키신저의 비밀 방중, 양국 탁구 대표팀의 친선경기와 같은 ‘사전 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후에 열린 모든 중·미 정상회담은 늘 이렇게 진행됐다.

6~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회담은 의견 조율이 완성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첫 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만나기도 전에 연일 북한 문제를 고리로 경고장을 날렸다. 시 주석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상대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핀란드에서 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판돈이 너무 많이 걸린 위험한 정상회담”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이번 회담은 두 정상에게 일종의 도박이다. 회담 일주일 전에야 회담 날짜가 공개될 정도로 일이 ‘급하게’ 진행됐다. 보통 3~7일이던 방문 일정이 24시간으로 줄어든 사실상 ‘원포인트 회담’은 양국 모두 처음이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중국 및 아시아 관련 정책 책임자를 정하지도 않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런 식으로 만나는 게 옳은가라는 물음이 막판까지 계속된 정상회담”이라며 “공동성명을 낼지 말지, 낸다면 어떤 내용으로 할지도 합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고위험 정상회담인 만큼 실패하면 양국 정상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다. 황징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시 주석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냉대받으면 상당한 정치적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변수를 잠재우고 집권 2기의 기초가 되는 가을 당대회 준비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일 회담이 어그러진다면 국내적 권위나 국제적 지위가 허물어질 수 있다. 구쑤 난징대 교수는 “중국이 요구해서 성사된 회담인 데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을 고려하면 시 주석의 리스크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상황이 여유롭지는 못하다. CNN은 “정치적 입지로 보자면 트럼프 대통령이 더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정 지지도는 저조한 수준을 이어 가고 있고, 의료보험 등 각종 정책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일종의 대외적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국제안보분석연구소(IAGS)의 갤 루프트 이사는 “중국은 정상들이 악수만 해도 협상 결과를 좋게 포장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신뢰까지 잃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스크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4-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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