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개입 부메랑…“급진 수니파 ‘제1의 표적’ 러시아”

중동개입 부메랑…“급진 수니파 ‘제1의 표적’ 러시아”

입력 2017-04-04 13:55
업데이트 2017-04-0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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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폴리티코 진단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발 사건이 테러 공격에 의한 것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테러 추정설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동안에도 적지 않게 테러 공격에 노출됐던 러시아가 미국을 능가하는 테러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고, 자국 내 이슬람 자치 공화국들을 탄압한 결과, 테러를 자행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원(지하디스트)들의 공격 목표가 됐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지하디스트들의 제1의 표적이 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시리아, 리비아에 군사적으로 개입해 이슬람국가(IS)와 시리아 반군 측에 수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이집트 공군기지에 특수부대를 배치한 것은 전세계 수니파 민병조직의 분노를 초래했으며, 러시아를 지하디스트들의 최우선 타깃으로 격상시켰다.

폴리티코는 시리아 내 IS가 붕괴해, 이 조직 내 외국인 전투 요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러시아는 더 큰 테러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리아 내 외국인 IS 대원 중 2천400여 명이 러시아 출신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시아파인 IS는 공격 우선순위가 변하면 이를 명확히 밝히는데, ‘피가 바다처럼 흐를 것’이라는 비디오 영상에서 러시아가 제1 공격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개입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이란, 레바논 테러단체 헤즈볼라와 동맹을 맺은 것은 최근 중동에서 확대되고 있는 ‘수니 축’에 러시아가 주요 요소를 형성함을 증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리아의 40여 개 반군 조직들도 “조국을 점령한 외국군은 국가를 막론하고 우리의 정당한 타깃”이라고 강조했다.

6년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군의 개입으로 사망한 반군들은 대부분 수니파다. 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려는 러시아와 이란의 정치, 군사적 동맹은 더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 전투기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레바논 헤즈볼라 전투기들의 위력을 배가했다.

러시아가 지하디스트들의 분노를 사는 곳은 중동에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 서남부 체첸 자치공화국,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잉구세티아 자치공화국, 오세티야 등 이슬람교도 다수 지역인 코카서스에서 진행되는 러시아의 강권 통치와 무자비한 반군 진압은 러시아를 테러 위험에 항시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이 지역에서 일어난 이슬람 반군들의 대러시아 투쟁은 세속적, 민족주의적 성격에서 벗어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 변모하고 있다.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은 이런 변화를 가속하는 요인인 셈이다.

러시아는 이미 대형 테러에 낯설지 않다.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 위기, 2004년 바슬란 학교 포위 사건, 2010년 모스크바 지하철 폭발, 2011년 도모데도보 공항 자살 테러 등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한 테러가 몇 년 간격을 두고 이어지고 있다.

테러 위험 증대에 직면한 러시아는 특수 작전으로 조하르 두다예프(1996), 아슬란 마하도프(2005), 압둘할림 사이둘라예프(2006), 도쿠 우마로프(2013) 등 테러조직 두목들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러시아 남부 이슬람 지역의 테러 세력 약화에 크게 기여했다.

또 반군이나 테러조직 가담자 가족들을 연계 처벌하거나 투옥하는 악명높은 공포 통치도 러시아 내 반군들의 기세를 꺾어 놓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이런 반인권적 철권통치는 미래의 지하디스트를 배양하는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러시아는 세계적 체스 선수들을 배출한 나라다. 외교도 2수나 3수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의 현재 중동정책은 국외 분쟁에서 어느 한쪽 편을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국내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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