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아일랜드 ‘구제금융’ 따라가나

포르투갈, 아일랜드 ‘구제금융’ 따라가나

입력 2010-11-19 00:00
업데이트 2010-11-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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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가 마지못해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가운데 아일랜드만큼이나 사정이 안 좋아 보이는 포르투갈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르투갈 정부 지도자들 역시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현재로선 충분한 재정을 보유한 데다 재정지출도 과감하게 필요한 만큼 삭감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분열상과 진퇴양난의 궁지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18일(현지시각) 포르투갈이 지난 4개월 동안 재정지출이 당초 내세운 한도를 훨씬 초과하고 건실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한 충분한 수준의 구조조정도 단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도 포르투갈 정부가 크게 불어난 재정적자 축소공약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올 들어 첫 9개월간 포르투갈의 재정적자는 재무부 공식집계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2.3% 증가한 127억달러로 포르투갈의 최대 교역상대국이자 역시 경제난을 겪은 스페인이 같은 기간 재정적자를 42%나 줄인 것과 대조를 이뤘다.

 아일랜드 정부의 경우 재정은 확보하고 있지만 은행이 채무에 허덕이는 바람에 정부를 이를 보증하면서 정부 재정에 취약점을 드러낸 반면 포르투갈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포르투갈 은행들은 특별히 어려운 상황은 아니지만 정부 자체가 과도한 부채와 저성장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 연간 2천320억 달러 규모의 국가 경제에서 채무가 약 2천750억달러로 채무총액이 연간 GDP(국내총생산) 규모보다 큰 기형적 구조를 이루면서 채무비율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르투갈 야당인 사회민주당의 경제자문으로 일해온 노게리아 레이테는 “공공지출이 전혀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 시장에서 목격되고 있다”며 “정부가 마땅히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포르투갈이 당장 자금을 차입해야 할 경우 과도하게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되기 때문에 EU와 IMF(국제통화기금)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태다.

 포르투갈 정부도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기를 바라지만 EU 회원국 정부들은 당장 이들 국가를 지원,상황을 진정시키지 않을 경우 재정위기가 유로권 4위의 경제대국 스페인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포르투갈 정부가 경제성장과 수출신장을 위한 투자 대신 고속도로와 유료도로 건설에 더 많은 예산을 집행키로 하는 등 지출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야당인 사회민주당과의 관계도 틀어지고 있다.

 포르투갈은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주요 정당들이 긴축조치에 합의하는 등 인근 스페인과 달리 경제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시장 불안과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차입비용 압박이 이어지면서 지난 9월 또다시 재정삭감을 단행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하지만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 사회민주당은 세금인상에 반대하며 종전의 협력구도는 일순간에 무너졌다.

 정부가 거의 와해위기로 치달으면서 범국가적인 응집력 형성과 함께 예산도 머지않아 통과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과 달리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사회민주당 경제자문 노게리아 레이테는 “우리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면서 “아일랜드 사태가 악화될수록 우리에게 지원이 필요할 가능성 역시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4개월 전에 마땅히 해야 했을 일들을 했다면 우리는 아일랜드 재정위기와는 별개의 상황이었을 것”이라면서 “신규 국채 수익률도 지금보다는 낮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산이 통과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평판과 신뢰의 문제,집행문제 등을 떠안게 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포르투갈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사회불안 가능성이다.당장 오는 24일 대형 노조들이 정부의 긴축조치에 반발,총파업에 돌입키로 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포르투갈 정보기관 책임자 호르게 실바 카르발호가 정부의 예산삭감에 항의,퇴진하면서 불안감은 한층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포르투갈 일간 푸블리코는 카르발호의 이번 퇴진은 정보기관 해외조직 11곳 가운데 7곳의 문을 닫는 예산삭감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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