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말할 수 없는 맛/황수정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말할 수 없는 맛/황수정 수석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22-12-11 20:30
업데이트 2022-12-12 01:3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길섶에서
길섶에서
좋아하는 유튜브 요리 사이트가 있다. 서른 살쯤의 딸이 이것저것 물으면 엄마가 대답하면서 뚝딱뚝딱 집 반찬을 만든다.

모녀의 부엌에는 계량 숟가락이 없다. 눈금을 재는 일이 없다. 소금 한 움큼 쥐고서 엄마는 “요만큼”, 설탕을 집어서는 “한두 꼬집만”, 고추장 단지를 열고서는 “서너 숟가락 좀 넘게”. 요만큼이 얼마만큼이냐고, 딸은 툴툴댄다. 그래도 엄마는 웃으면서 “그냥 요만큼”.

멀리서 김장 김치가 왔다. 택배상자에 서툴게 적힌 우리 집 주소와 내 이름. 이맘때마다 수줍어 어쩔 줄 모르는 어머니의 손글씨.

어머니의 김장독에도 눈금이 없다. 계피향 설핏한 어머니의 손맛은 올겨울도 내게 미궁인 채 지나간다. 쪼갠 통배추를 허리춤까지 쌓아 손대중으로 좌락좌락 지르던 왕소금. 샛노란 배추속은 장독대 짠물에 숨죽여 잤고, 배추속보다 노란 그 달밤에 어린 우리들도 단잠을 잤고.

숨이 덜 죽은 김장 한 포기. 샛노란 그리움이 저녁 밥상 위에 올라와 있다.

황수정 수석논설위원
2022-12-12 27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