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나이 한 살/황수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나이 한 살/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8-01-04 20:44
업데이트 2018-01-04 21:4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놈의 몸살은 한 번 들었다 하면 뒤끝이 여간 검질기지 않다. 해가 바뀌어 번다한 일에 기운이 꺾일 때면 엄마는 “나이치레 지독하다” 푸념을 엮고는 했다. 잊었던 엄마의 혼잣말이 오늘따라 귓바퀴에서 쟁쟁거린다.

고작 나이 한 살 더 먹는다고 칠칠해지지 않는다. 어제 변변찮던 사람이 오늘 여물지 못한다. 저 혼자 꿋꿋한 겨울 나무를 닮지 못해 한심한 일이 한두 가지인가. 군소리 하나 없이 나무는 나이테를 보태고 잘도 섰는데.

그런데 나는 나무가 아니라서 아무래도 조용히 한 살을 먹기가 벅차다. 쓸쓸하고 캄캄하다.

무단히 탈이 나서 뒤척이면 엄마는 오래 씻은 쌀로 곱게 뜨물을 내려 숭늉을 지으셨다. 입천장이 놀라도록 뜨끈한 뜨물 숭늉을 한 그릇 마실 수 있으면. 이불을 박차고 용수철이 되겠지. 낙지 한 마리에 죽다가도 벌떡 일어선다는 황소처럼.

나이 한 살 먹는 것은 공연히 뜨물 숭늉이 먹고 싶어지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니라서 버렸던 오래된 일들이 별것이 되어 찾아오는 일. 쟁글거리는 겨울 볕에 일없이 눈이 시려지는 일.
2018-01-05 31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