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생강나무/박건승 논설위원

[길섶에서] 생강나무/박건승 논설위원

박건승 기자
입력 2017-04-06 22:34
업데이트 2017-04-0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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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운길산에서 예봉산으로 이어지는 초봄의 능선은 푹신한 양탄자 같다. 푸근한 흙길에 두물머리에서 불어오는 물기 머금은 춘삼월의 산바람, 그리고 그 바람에 섞여 코를 간지럽히는 생강나무의 노란 꽃 향내. 군데군데 자리해 홀로 걷는 산객의 눈 벗이었던 생강나무. 그러나 내게 그건 산수유의 다른 모습일 뿐, 구별할 재간이 없다. 마을에 있는 건 산수유요, 산에 있는 건 생강나무? 꽃 색깔, 꽃 모양, 꽃 피는 시기까지 닮은꼴이어서 그게 그거다.

청계천변에 생강나무 꽃이 활짝 피었다는 소식에 귀가 번쩍 뜨였다. 서울 한복판에서 산행길의 눈 벗을 볼 수 있다니? 자칭 약초전문가라는 지인들에게 접사물(接寫物)을 즉각 보내 확인했더니 역시나~. 산수유 꽃이란다. 김유정이 소설 ‘동백꽃’에서 ‘산 중턱에 한창 피어 흐드러진 노란 동백꽃의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로 묘사했던 생강나무 꽃(강원도 방언으로 동백꽃). 비록 청계천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렘은 사라졌지만, 그게 생강나무든 산수유든 뭐 그리 대수이겠는가. 봄날이면 내 맘속에 피어나는 그 노란 빛깔이 소중하지.
2017-04-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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