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끝으로 官주도 구조조정 사라질까…시장주도 새틀 마련

대우조선 끝으로 官주도 구조조정 사라질까…시장주도 새틀 마련

입력 2017-04-04 10:07
업데이트 2017-04-0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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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방식 한계 인정한 정부, 이달 중순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 방안’ 발표

“평생 구조조정을 해왔지만, 지금 같은 형태는 이제 쉽지 않습니다. 정부와 채권단 주도가 아닌 좀 더 시장 친화적 방법으로 새 틀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손실 분담에 동의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에 신규 자금 2조9천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정부와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지난 23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한 말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 구조조정 등 30년간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해온 임 위원장이 지금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토로한 것이다.

대우조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금융당국이 이와 맞물려 구조조정의 주체를 채권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 바꾸기 위한 방안을 만들고 있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순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막바지 작업을 하는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우조선 구조조정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구조조정의 틀을 마련하는 일 역시 다음 정부로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방안의 핵심은 사모펀드(PEF)의 활용이다. PEF가 채권금융기관에서 부실기업 채권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를 꾀하는 방식이다. 구조조정 기업이 정상화되면 비싼 값에 팔아 이익을 PEF 출자자들이 나눠 가진다.

PEF가 중심 된 구조조정은 임 위원장이 취임 초반부터 강조해왔으나 단계별로 구체적 방안을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단계는 채권은행들이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봐주기식’으로 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해 옥석 가리기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은행들은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게 부담스럽거나 기업과 장기 거래관계를 고려해 신용위험평가를 온정적으로 하고, 이 때문에 진작 퇴출당했어야 하는 기업이 정상기업으로 연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 선정이 늦어지는 데다 선정된다 하더라도 워크아웃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경영 성과 하락에 부담을 느낀 채권금융기관이 손실을 조기에 털어내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3년이 지난 뒤에도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면 채권은행이 기업 채권을 시장에 매각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부실채권이 빠르게 매각될 수 있도록 매각 대상 기업의 공공가치를 평가하는 독립적 기관도 따로 만든다.

은행(매도자)은 부실기업 채권을 더 비싼 가격에 팔고 싶어 하고, 매수자는 싼 가격을 원해 채권 매각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독립기관이 산정한 기업 가치를 채권은행이 받아들이지 않고, 채권 매각도 하지 않는다면 은행은 스스로 평가한 채권 가격과 공정가치의 차액만큼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반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규 자금(기업이 상거래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한도성 여신)을 공급하거나 구조조정 채권을 매입하는 은행에는 충당금 부담을 낮춰주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부실기업 채권이 시장에 나온다 해도 지금은 국내 PEF가 이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단계가 아니므로 일단 정책금융기관 주도로 모자(母子)형 기업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한다.

민간 자금이 진출하기 어려운 구조조정채권 시장에서 모험투자를 하는 게 새 펀드의 역할이다. 금융당국은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충분한 규모의 자금을 펀드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독립적 운용사가 모펀드를 만들고, 구조조정에 전문성이 있는 민간 운용사를 자펀드 운용사로 선정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구조다.

그간 실패 확률이 높은 구조조정을 금융회사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은행이 주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20일 열린 ‘시장 친화적 기업구조조정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의견을 수렴한 금융당국은 오는 6일 한·중·일 금융협력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기업부채 부실 규모 및 손실 예상 추정’ 세미나에서 새로운 구조조정 시스템과 관련한 큰 틀을 밝히고 막판 의견 수렴에 나선다.

세미나에는 조선업 구조조정 실무 담당자인 이동훈 금융위 기업구조개선과장·정용석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 본부장과 함께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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