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맞은 현대건설 ‘기대·우려’ 교차

새 주인 맞은 현대건설 ‘기대·우려’ 교차

입력 2010-11-16 00:00
업데이트 2010-11-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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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 의존한 고가 낙찰에 ‘제2의 대우건설’ 될까 우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최종 확정됨에 따라 현대건설의 앞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인수 유력기업으로 꼽혔던 현대자동차그룹과 글로벌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되면서 그룹 차원의 지원보다는 오히려 현대그룹을 이끌어갈 리더로서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할 전망이다.

 현대건설 임직원들은 겉으로는 표정 관리를 하면서도 새 주인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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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 본사. 현대건설 채권단은 16일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연합뉴스
현대그룹,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 본사. 현대건설 채권단은 16일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연합뉴스




 ◇현대건설 임직원 “기대반,우려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예정된 16일 오전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옥.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현대건설 임직원들은 채권단 공식 발표 전부터 현대그룹이 인수자로 결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일부 직원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채권 은행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도 하고,사무실과 복도에 삼삼오오 모여 회사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직원들은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되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한 부장급 직원은 “고 정몽헌 회장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정서적으로 현대건설과 맞지 않겠느냐”며 “과거 ‘왕자의 난’을 촉발한 현대건설을 현대차그룹에서 곱게 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던 만큼 잘 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 직원은 “현대차그룹보다는 조직 규모가 작은 현대그룹에 인수되는 것이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낫다는 평가도 있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하위직일수록 현대차그룹의 위상과 탄탄한 자금력,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역할 등이 사라지자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현대그룹이 예상보다 높은 5조원이 넘는 가격을 써냈다는 소식에 고가 인수에 따른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의 사원급 직원은 “현대차그룹은 자체 자금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할 수 있지만 현대그룹은 상당 부분 외부 차입에 의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건설의 재무구조가 나빠져 ‘제2의 대우건설’이 되는 게 아닐까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대건설의 해외건설 수주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상밖의 결과가 나왔다”며 “(현대건설이) 그룹 공사 없이도 건설업계의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회사가 좀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승자의 저주’ 우려…그룹 캐시카우 역할도 부담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이 막강한 자금력의 현대차그룹 대신 현대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지만 그동안 지켜온 독주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현대건설의 올해 수주 목표액은 20조원으로 건설경기 침체와 그룹의 지원 없이도 3분기까지 전체 목표액의 80%를 달성했다.올해 목표치의 30~50%에 그친 다른 경쟁사와 비교하면 발군의 실적이다.

 특히 해외건설 수주액만 올해 100억 달러를 초과 달성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뛰어난 해외시장 개척 능력도 발휘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으로 인수됐을 경우 예상됐던 기본적인 그룹 공사 물량과 해외사업 연계 추진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되면서 현대건설은 앞으로 철저하게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경쟁사들도 이 때문에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으로 인수된 것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인수됐다면 뛰는 말이 날개를 단 격이었을 것”이라며 “이번 결과로 현대건설과 국내외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현대건설의 미래는 현대그룹의 경영능력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벌써부터 시장에는 현대그룹이 당초 시장의 예상 적정가격(3조5천억~4조원)보다 1조5천억~2조원가량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건설이 ‘제2의 대우건설’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건설 전문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6조원이 넘는 막대한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에게 무리한 ‘풋백옵션’을 제안했다가 대우건설도 뺏기고,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빠졌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면서 “재무적 투자자와의 계약 조건을 살펴봐야겠지만 현대그룹이 그런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현대그룹의 계열사를 대신해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여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현대건설의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사업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

 이날 현대건설 주가는 현대그룹의 재무적 리스크가 현대건설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로 하한가(6만2천200원)로 급락했다.

 현대건설 노조도 현대그룹의 고가 낙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진다면 현대그룹과 현대건설은 물론 국민경제에도 고통을 줄 수밖에 없다며 “채권단은 현대건설을 팔아 자신의 배만 불리는 돈잔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현대건설 입장에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잘되면 시너지 효과를 내겠지만 워낙 정치적 색채가 강한 사업이라 정권의 대북관계나 북한 정세에 따라 부침이 심한 게 문제”라며 “어떤 방식으로 ‘승자의 저주’를 피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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