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비상경영…사업조정 성공 여부가 관건

LH 비상경영…사업조정 성공 여부가 관건

입력 2010-08-16 00:00
업데이트 2010-08-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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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학적 규모의 빚더미에 올라앉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16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현재의 재무 상황 자체도 심각한 상태이지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위기가 점점 커질 공산이 커 통상적인 경영으로는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LH는 전 임직원이 주택·토지 판매에 나서고 본사 인력 등 300여명을 세일즈맨으로 활용하는 한편 경비 절감,고통 분담 등의 자구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18조원의 채무와 하루 100억원의 이자 등을 고려하면 이 정도는 ‘언 발에 오줌누기’ 식 처방에 불과하며 궁극적으로는 사업 조정의 성패 여부가 LH가 위기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좌초 직전인 현대건설에 2003년 구원투수로 투입돼 3년 만에 경영을 정상화한 이지송 사장이 국내 최대의 공기업도 구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얼마나 심각하기에

 LH의 부채는 6월 말 현재 총 118조원으로 지난해 말의 109조원에 견줘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 부채는 올해 말 128조원,2011년 151조원,2012년 171조3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1년에 20조원 정도씩 증가하게 된다.

 하루에 물어야 할 이자만 100억원씩 발생하는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75조원,올해 말 95조5천억원,2011년 116조7천억원,2012년 135조1천억원,2014년에는 155조원에 이른다는 게 자체 추정이다.

 금융부채는 사업별로는 임대주택 건설(27조원),신도시 및 택지 개발(27조원),세종시·혁신도시 건설(10조원),도시 재생사업(6조원),기타 판매관리비 및 법인세 등(5조원) 등이다.

 신도시는 땅이 팔리지 않아 이미 채권을 발행해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경기 파주운정 3조3천억원,양주회천 1조5천억원,경남 양산물금2지구 7천600억원 등이 묶여 있다.

 게다가 전망도 불투명하다.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돼 택지에 조성하거나 보유한 토지가 잘 팔려야 하는데 값을 낮추거나 토지리턴제(일정 기간이 지나 해약을 요구하면 계약금은 원금으로,중도금은 법정이자를 더해 되사주는 것) 등의 유인책을 내놔도 미분양이 속출하는 것.

 현 정부의 친서민 핵심 정책으로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해 짓는 32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 건설에만 또 93조~9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대책 포함하고 있나

 모든 직원이 땅이나 집을 파는데 동원되고 불필요한 경비를 대폭 깎는 게 이날 비상경영 선포식에서 내놓은 주요 대책이다.

 LH의 재고 재산은 토지 23조원,주택 2조원 등 25조원 규모다.

 이 사장이 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하는 비상경영대책위원회에는 위기관리단,판매총력단,내부개혁단,친서민지원단 등이 구성돼 이번 주중 60개항의 자구책을 마련해 우선 시행할 방침이다.

 1인 1주택·토지 판매,경상경비 및 원가 각 10% 절감,휴가 반납 및 휴일 비상근무,토지수익연계채권 발행 등 자금 조달 다변화,적정 보상을 통한 원가 절감,조직 및 인력 구조조정 등이 포함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올해 초 본사 인력의 30%에 해당하는 500여명을 각 지역으로 내려 보낸 데 이어 본사 인력 등 300여명으로 ‘보상판매 비상대책 인력 풀’을 구성해 조만간 현장 배치할 예정이다.

 모든 직원을 동원해 땅과 집을 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현장부터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오랜 경영철학이다.직종·직급을 모두 무시하고 생산과 판매가 이뤄지는 현장으로 보내 대금회수를 늘리는 것이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사업 조정 성공 여부가 관건

 LH는 재무개선특별위원회를 통해 부채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9월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주택·토지 등에 이미 투자된 부채는 판매 촉진과 정부지원을 통해 점진적으로 감축하고 향후 발생하는 부채는 사업 조정과 수익성 개선으로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게 LH의 복안이다.

 LH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것도 본격적인 사업 재조정을 앞두고 사업 연기·보류·포기 등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각 정권의 핵심 사업을 진행하면서 쌓인 부채에 대한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LH는 이날 “사업 조정은 무엇보다 주민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지구별로 빈틈없는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하면서 합리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LH가 일부 사업에서 손 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해당 지자체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른바 ‘살생부’가 나오면 관련 지자체와 주민 등의 격렬한 반대도 예상된다.

 LH의 전국 사업장은 △택지·신도시·국민임대지구 248곳 △도시재생 지구 69곳 △세종시·혁신도시·산업물류지구 49곳 △보금자리주택지구 43곳 △기타 7곳 등 모두 414곳이다.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276개 지구는 재조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새로 사업을 추진하는 138곳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이 가운데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세종시나 혁신도시,보금자리주택지구 등은 국토해양부 등이 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힌 만큼 택지나 신도시,국민임대지구,도시재생지구 가운데 일부가 사업 포기·보류·연기 대상에 들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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