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90분… 허정무호 4연승 마침표

답답한 90분… 허정무호 4연승 마침표

입력 2010-05-31 00:00
업데이트 2010-05-3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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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는 던져졌다. 남아공 가는 길에 들른 유럽의 한가운데 오스트리아에 둥지를 튼 뒤 엿새째. 남아공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첫 판에서 만날 그리스를 염두에 두고 펼친 ‘작은 러시아’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은 26명의 태극전사들에겐 ‘남아공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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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축구대표팀의 공격형 미드필더 키슬약(가운데)이 30일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평가전 후반 9분 첫 골을 넣은 뒤 동료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쿠프슈타인 연합뉴스
벨라루스 축구대표팀의 공격형 미드필더 키슬약(가운데)이 30일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평가전 후반 9분 첫 골을 넣은 뒤 동료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쿠프슈타인 연합뉴스
23명을 추려내기 위한 마지막 테스트. 때마침 경기 시작 직전부터 소나기가 내려 그러잖아도 가상의 그리스를 상대로 한 대표팀은 비오는 날씨까지 가정한 남아공의 그리스전을 체험하기에 충분했다. 관중석 한쪽에는 오토 레하겔 감독을 비롯한 그리스대표팀 코칭스태프가 허정무호의 움직임을 낱낱이 뜯어보고 있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30일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경기장에서 펼쳐진 ‘유럽의 복병’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9분 기습공격에 덜미를 잡혀 0-1로 패했다.

한국은 지난 24일 한·일전에서처럼 4-4-2 포메이션을 택해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최전방에 나선 투톱 조합은 박주영(AS모나코)-이근호(주빌로 이와타). 그러나 초반 그때처럼 가벼웠던 움직임은 점차 무뎌졌다. 일본전과 달라진 점은 상대의 몸집이 크고 보폭이 넓다는 것. 따라서 효율적인 짧고 강한 패스가 필요했다. 발목까지 잠기는 긴 잔디가 비를 머금는 바람에 공의 반발도 심해져 컨트롤이 어려웠다.

무엇보다 격렬한 경기 외 부상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 게다가 공을 빼앗기기만 하면 골 지역까지 순식간에 내려와 대형을 갖추는 벨라루스의 빗장수비 탓에 공격의 흐름은 답답해질 수밖에 없었다. 미드필더진의 공·수 연결도 매끄럽지 않아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 계산할 것이 많은 듯한 허정무 감독의 표정도 굳어졌다.

일진일퇴의 공방 끝에 한국의 골 기회가 다시 찾아온 건 전반 33분. 세 번째 세트피스 상황이었다. 벨라루스의 벌칙지역 왼쪽 모서리 바깥에서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박주영이 찬 오른발 슈팅이 빨랫줄처럼 골망을 향해 뻗었지만 골키퍼 아멜첸코의 능숙한 펀칭에 막혔다. 30m 전방에서 역시 오른발로 시도, 왼쪽 골포스트를 살짝 비켜간 첫 번째 프리킥까지 도맡은 박주영의 존재감 덕에 뭔가 돌파구를 찾을 법도 했지만 한국은 경기를 풀어나갈 기회를 좀체 잡지 못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허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4명을 한꺼번에 교체 투입했다. 이근호의 자리에 안정환(다롄 스더)를, 박지성 자리에 염기훈(수원)을 투입시켜 공격의 흐름에 변화를 주는 한편, 김남일(톰 톰스크)과 김재성(포항)을 미드필드에 배치시켜 승부를 미드필드에서부터 시작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번엔 수비라인에서 문제가 터졌다. 후반 9분 한국 진영 벌칙지역 왼쪽에서 길게 오른쪽으로 밀어준 공을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 키슬약이 기습골을 터뜨린 것. 4명의 수비수들은 골문으로 뒷걸음친 지역수비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됐다.

바뀐 전열을 정비해 패스가 다소 살아난 한국은 후반 24분 염기훈이 아크 왼편에서 왼발로 찬 낮은 땅볼 슈팅 이후 30분에는 모처럼만에 슈팅을 날린 안정환을 포함한 공·수 합작의 기습공격이 선을 보였지만 그게 전부였다. 엿새 전, 사이타마에서 거침없이 일본을 압박한 미드필더진의 역부족이 확연히 드러난 건 물론 전광석화 같은 역습도 날이 무뎠다. 상대의 기습을 허용한 수비라인은 허 감독의 고민을 더 깊게 했다. 그리스 대신 가상의 적으로 삼아 역습효과 등을 노려본 벨라루스전은 지금까지 미뤄온 전술 변화의 숙제를 남겨놓은 채 허정무호의 최근 A매치 4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은 경기로 남게 됐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10-05-31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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