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패럴림픽 메달 파란불 켠 장애인 수영 유망주 김경빈

도쿄패럴림픽 메달 파란불 켠 장애인 수영 유망주 김경빈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0-10-25 16:00
업데이트 2020-10-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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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전국수영대회서 전문 선수들과 함께 결승에서 뛰어
올해 장애인 평영 100m 기록 기준 세계랭킹 3위에 올라
도쿄패럴림픽 기준기록 1분10초16 넘고
정양묵이 세운 한국 기록 1분08초59와는 불과 0.7초차

김경빈의 별명은 ‘해피’다. 그를 지도하는 김우중 코치는 김경빈이 항상 웃는 낯으로 사람을 대해서 그렇다고 했다. 김경빈은 지난 24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화계초등학교에서 서울신문과 만난 자리에서도 환하게 웃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김경빈의 별명은 ‘해피’다. 그를 지도하는 김우중 코치는 김경빈이 항상 웃는 낯으로 사람을 대해서 그렇다고 했다. 김경빈은 지난 24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화계초등학교에서 서울신문과 만난 자리에서도 환하게 웃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김경빈(17·금호고)은 지난 13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제10회 김천 전국 수영대회 평영 100m 결승에서 일반인 선수와 함께 뛰어 1분9초29로 올해 장애인 평영 100m 기록 기준 세계랭킹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올렸다.

자신의 종전 최고 기록을 3초가량 앞당긴 것으로 도쿄패럴림픽 기준 기록인 1분10초16을 뛰어넘었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정양묵이 세운 한국신기록 1분08초59와는 불과 0.7초 차이의 좋은 기록이다.

지난 24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화계초등학교 수영장에서 만난 그는 도쿄패럴림픽 출전을 위해 맹훈련 중이었다. 신장 185㎝, 발 크기 290㎜, 팔 길이 191㎝로 자신의 우상인 박태환과 비슷한 체격을 가졌다.

세계정상급 선수들에는 비교할 수 없지만 박태환의 신체 조건과 비슷하다. 게다가 지난해 179cm였던 키가 올해 185cm로 자라는 등 성장은 멈추지 않고 있다. 단지 다른 사람들보다 습득이 느리고 자신의 뜻을 표현하는데 서툴 뿐이다.

일반 선수들은 1번에 알아 들을 훈련을 그는 10번의 반복해서 몸으로 직접 익히는 등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피나는 노력 끝에 얻어 낸다.

코로나19로 국제 대회가 취소된 상황에서 그는 몸을 만들며 대회가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수영에 필요한 점프 스쿼트 같은 근육을 강화하는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유튜브를 통해 해외 유명선수의 영법도 연구한다.
김경빈이 지난 24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화계초등학교 수영장에서 스타트 자세에 임하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김경빈이 지난 24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화계초등학교 수영장에서 스타트 자세에 임하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한국에서 2007년 지적 장애 판정을 받은 김경빈은 지난해 2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주최하는 장애인 수영 대회에서 지적 장애를 뜻하는 장애등급 S14를 받았다. 패럴림픽에 나가려면 IPC가 주최한 대회에서 2차례 공인 장애 등급을 받아야 한다.

5살 때 장애 판정을 받은 김경빈은 치료 목적으로 수영을 시작했다. 김경빈이 전문 선수로 본격적으로 성장한 건 지난해 4월 김우중 코치를 만나면서부터다.

그를 지도하는 김우중 코치는 김경빈의 영법을 살펴본 뒤 종목을 자유형에서 평영으로 바꿨다. 장애인 선수와만 훈련하던 것에서 벗어나 일반 선수와 섞여서 훈련하고 있다.
김경빈이 지난 13일 열린 김천전국수영대회에서 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정양묵이 세운 한국 기록에 0.7초차로 근접하며 내년 열리는 도쿄패럴림픽 평영 100m 종목에서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김경빈 선수 제공
김경빈이 지난 13일 열린 김천전국수영대회에서 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정양묵이 세운 한국 기록에 0.7초차로 근접하며 내년 열리는 도쿄패럴림픽 평영 100m 종목에서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김경빈 선수 제공
김 코치는 김경빈의 평영 기록이 좋을 거라고 판단했다. 이후 김경빈은 한 달에 1초씩 기록을 단축해 갔다. 1년 6개월 전 1분18초대였던 기록이 이번 대회에서 9초가 단축된 것이다.

어머니 김민영씨는 “아들은 하루 운동 할당치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채운다”고 했다. 그를 지도하는 김우중 코치도 “경빈이는 보충 운동을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며 개인 카톡을 보여줬다.

어머니 김 씨는 “아들은 일반 선수와 섞여 훈련하면서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문제 행동을 고쳐 갔고 학교에서 만난 주변 친구를 보고 대학에 가고 싶다는 꿈도 세웠다”고 소개했다.
장애인 수영 유망주 김경빈  김경빈 본인 제공
장애인 수영 유망주 김경빈
김경빈 본인 제공
어머니 김 씨는 김경빈 선수가 5살 때 서울대병원에서 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 영어비디오를 많이 보여줘서 그렇게 된 거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한 달 간 절망에 빠져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그는 “여기 저기 도움을 요청하러 다니다보니까 저같은 상황에 처한 엄마들이 굉장히 많았다”며 “‘나만 이런 아픔을 겪는게 아니구나’라고 느끼고 우리 아이에게 찍힌 낙인이 나중에 커서 상처가 되게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처음에는 승마도 시켜보고 자전거도 시켜보고 안 시켜 본 게 없었다”며 “우연히 수영을 시켰는데 너무나 물을 좋아하고 잠수도 잘했다”고 했다. 이후 교내 수영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6학년 때 처음으로 참가한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자유형 50m 2위, 배영 50m 1위, 접영 50m 1위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8년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자유형 50m 2위, 배영 50m 1위, 접영 50m 1위의 성적을 올린 뒤 지난해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중등부 자유형 200m, 평영 100m, 접영 100m 종목 1위로 3관왕에 올랐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벌써 여러 실업팀에서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 이제 수영은 그의 인생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인 셈이다.

김경빈은 “태환이형처럼 반드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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